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언론 겐세이'와 싸우는 자유한국당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유승호 정치부 기자) “방송이 탈취됐고, 신문이 압박당하고, 포털이 다 넘어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살인전범 김영철 친북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에서 한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신문·방송 등 언론과 인터넷 포털까지 장악했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당에 불리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죠. 홍 대표는 그간 여러 차례 언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홍 대표만이 아닙니다. 한국당에선 언론이 불공정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박성중 의원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철 규탄대회’ 보도와 관련해 “최소 1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는데 3000명, 1만명이라고 보도한 언론이 있다”며 “비판은 자유지만 팩트는 팩트대로 보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강효상 의원은 대변인 시절 종종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기자들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여론 환경이 한국당에 불리해지기는 했습니다. 아직 정권 초반이니 언론이 현 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인 면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면서 한국당에 불리한 내용을 전하는 보도도 있습니다. 한국당으로선 억울한 일이죠.

하지만 언론만이 문제일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공개한 ‘2017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을 보면 후원금 상위 20명 중 13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습니다. 한국당 의원은 4명 뿐이었습니다. 의원 1인당 평균 모금액도 민주당은 2억2000만원인 데 비해 한국당은 1억50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마치 언론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한국당에 불리한 보도를 하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한국당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주지 않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하던 중 유성엽 교문위원장이 “언어를 순화해 달라”고 부탁하자 “깽판 놓지 말라. 겐세이 놓는 거냐”고 했습니다. 다음날 한국당 의원들은 이 발언을 놓고 “잘했다”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동료 의원들끼리 서로 칭찬하는 것은 보기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언론으로부터도 칭찬을 받기를 원한다면 지나친 욕심 아닐까요. (끝) / usho@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5(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