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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오프라인 넘어 온라인으로 가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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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한경비즈니스 기자) “연말에는 온라인 사업 강화와 관련해 깜짝 놀랄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스타필드 고양’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서 밝힌 얘기다.

그 이후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신세계가 11번가를 비롯해 쿠팡·티몬·위메프 등 이커머스 기업들 중 한 곳에 대한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전망들이 제기됐다. 심지어 아마존과의 협업설도 나왔지만 결국 신세계는 눈에 띌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은 채 지난해를 넘겼다.

올해가 돼서야 비로소 정 부회장의 큰 그림이 실체를 보이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에 1조원대 투자를 유치하고 해당 시장에서 국내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도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태다.

◆외국계 운용사에서 1조원 투자 받기로

신세계는 현재 외국계 투자 운용사 2곳과 향후 이커머스 사업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BRV캐피털매니지먼트(이하 BRV)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등 2개사로부터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기로 했다.

BRV는 미국과 중국 등의 이커머스 기업에 주로 투자해 온 회사다. 글로벌 전자 결제 회사인 페이팔 등에 투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피너티는 홍콩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로 그간 여러 국내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성공적인 투자를 펼쳐 왔다.

신세계 측은 BRV와 어피너티가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 성장세는 통합 플랫폼인 쓱닷컴(SSG.COM)의 실적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이커머스업계의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그 틈을 비집고 지난해 3분기까지 매년 전년 대비 평균 20%가 넘는 매출 신장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아직 4분기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총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적자 규모도 감소하는 추세다. 쓱닷컴은 2014년 오픈 이후부터 계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16년에는 무려 445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3분기의 적자 규모는 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신세계는 당일 배송은 물론 예약 배송까지 가능한 선진 배송 시스템과 물류센터를 자체적으로 구축했다. 또한 다양한 자체 상표(PB) 상품 등을 보유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M&A 카드도 여전히 유효해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사업 효율을 더 끌어올려 이른 시일 내에 쓱닷컴의 흑자 전환을 이뤄낸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을 만들고 여기에 투자 유치 자금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현재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은 겉으로만 보면 쓱닷컴으로 모두 통일돼 있다. 하지만 쓱닷컴의 대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이 인적·물적으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어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신세계 내부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그룹 내 온라인 사업부를 한데 모은 이커머스 회사를 올해 안에 설립할 계획이다. 신설 회사를 중심으로 통합 투자하고 의사결정 체계를 단순화해 시너지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아직 세부적인 사항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신세계는 5년 후인 2023년까지 온라인 부문에서 현재의 5배 규모인 연간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그룹의 핵심 유통 채널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이 같은 신세계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이커머스업계의 지각변동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14조원으로 업계 1위다. 11번가의 거래액은 9조원대로 추산된다.

롯데닷컴을 운영하는 롯데그룹이 약 8조원, 쿠팡·위메프·티몬은 각각 3조원 안팎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신세계 쓱닷컴은 거래액만 놓고 보면 약 2조원대로 아직은 업계 하위권이다. 다만 신세계가 풍부한 유통 노하우와 자본력을 고루 갖춘 만큼 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한다면 언제든지 판이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의 인수·합병(M&A) 추진 가능성도 다시 흘러나온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신세계는 이번에 투자받은 자금을 토대로 최상의 배송 서비스 제공을 위한 물류 경쟁력 확보와 함께 기업 인수를 통한 시장 내 점유율 확보를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쿠팡·위메프·티몬 등이 유력한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끝) / enyou@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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