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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들 "반도체 랠리 다음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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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수 증권부 기자) “삼성전자가 무너지면 코스피 랠리도 끝입니다. 반도체 호황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주자가 안보여요.”

최근 여의도 증권가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년 간 국내 증시의 랠리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UBS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반도체 호황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전망을 내놓은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석달 새 20% 넘게 떨어졌다.

주식이 오르고 떨어지는 것은 늘 반복되는 일이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은 그 다음에 있다. “반도체가 불황의 늪에 빠졌던 2010년에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이 바통을 이어 받으며 증시를 떠받쳤지만 지금은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게 펀드매니저들의 전언이다. 현대자동차는 8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고 조선, 해운 업종은 성한 기업들이 별로 없다. 철강, 가전업계는 미국발(發) 보호무역의 광풍에 몸을 움추리고 있다. 휴대폰은 중국 저가폰 공세에 밀려나고 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전략실장은 “실적 전망만 놓고 봤을 때 반도체 외에 살 업종이 없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잔치가 끝나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부실이 드러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의 조정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난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리스크보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기업 환경도 녹록치 않다. 안으로는 반(反)시장적 입법과 규제가 넘쳐나고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견제, 북핵 같은 불확실성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증시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하기 위한 근본인 기업 환경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도 전방 대기업들의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이미 정부와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CIO)는 “환율마저 수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기업 환경만 놓고 봤을 때 올해 지수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를 먼저 반영하고 자본시장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인다.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끝) /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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