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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을 어찌할꼬 …고민깊어진 대형주 펀드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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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증권부 기자) 셀트리온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하면서 대형주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들 펀드매니저는 셀트리온 시가총액(37조1066억원·12일 종가 기준)이 전체 상장사 가운데 세번째로 많은 데도 이렇다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코스닥 종목이라는 이유에서다. 코스피 관련 지수로만 자신들의 성과를 비교평가하다보니 셀트리온 주가가 급등락을 하더라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이 코스피지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평가 논란에도 손놓기 어려워

12일 셀트리온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1만4500원(5.03%) 오른 30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10만원대를 맴돌았던 주가는 반년만에 37만4000원(1월12일)까지 급등했다. 이날은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고평가 논란과 함께 최근 조정장세까지 맞물리며 고점대비 19.11% 빠졌다. 주가 오름세는 주춤해졌지만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올들어 전날대비 하루 등락폭이 5%를 넘는 경우가 14거래일에 이를 정도로 출렁이고 있다. 너무 올랐다는 평가와 상승여력이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다.

대형주 펀드매니저들은 셀트리온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는데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시총 규모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에 이르지만 코스피지수에 영향을 주는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일반적으로 대형주 펀드의 성과는 코스피지수와 코스피200지수 상승률보다 얼마나 수익률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진다”며 “셀트리온은 코스닥시장에 있었기 때문에 주요 관심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트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크게 높아 매수 매력도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셀트리온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2.9% 정도로 추산된다. 셀트리온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데 주가가 오르거나, 주식 비중이 높은데 주가가 떨어지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추월하기 어려워진다. 기관투자가들은 대형주 펀드처럼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과 보유량을 결정하는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면 수개월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액티브 펀드 자금도 유입 기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대형주 펀드매니저들은 일단 셀트리온 보유비중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셀트리온을 갖고 있지 않은데 셀트리온 주가가 오르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매수 방식에서는 차이가 난다. 펀드에서 셀트리온이 차지하는 비중을 코스피지수 수준인 2% 후반에 맞추겠다는 매니저도 있다. 셀트리온 변동 리스크(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반면 사기는 사겠지만 셀트리온이 추가 상승했을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1%대 보유를 결정한 매니저도 많다. 매수 시기도 설 연휴 전에 조정이 나타나면 담아두겠다는 의견부터 다음달 8일 코스피200 지수 편입을 앞두고 매입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한 펀드매니저는 “셀트리온이 고평가 됐다는 분석에 공감하면서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 몰려 고민스럽다”며 “적어도 남들 만큼은 대응을 하려는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대형주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의 셀트리온 매수 가능성이 커지자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에 따른 수급개선 효과가 기대보다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셀트리온과 관련한 수급은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펀드 중심으로 논의돼왔다. 코스피200 지수 편입으로 1조5000억원 가량의 지수 추종 투자금이 셀트리온에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덱스 펀드 이외에 대형주 펀드매니저들이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어 3월초까지는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끝) /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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