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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솔루트 보드카 사장단이 누드 동영상 찍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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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4000km가 못 되면 먼 거리가 아니고, 영하 40도가 아니면 추위가 아니며, 40도 이하는 술도 아니다.’

러시아 속담입니다. 40도가 넘는 독주, 보드카를 두고 말하는 것이죠. 보드카는 러시아가 고향입니다. 과거 ‘생명의 물’로 불리곤 했지요. 8~9세기경 배앓이나 전염병의 약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대중화된 최초의 보드카는 1860년대 개발된 러시아 스미르노프이지만, 우리에게 더 친숙한 보드카가 있습니다. 스웨덴의 앱솔루트 보드카 입니다.

앱솔루트의 시작은 139년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1879년에 처음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100년이 지난 1979년부터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26개국에 판매되는 보드카의 대명사이자 스웨덴 사람들의 자존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앱솔루트 본사는 7일 파격적인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했습니다. 스웨덴 아후스 본사의 임직원이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누드’로 등장하는 ‘숨길 게 없는 보드카(the Vodka with Nothing to Hide)’ 영상. 사장과 부사장,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매니저 등 28명은 이 영상에서 단 하나의 옷도 걸치지 않은 채 등장합니다. 창업자인 L.O.스미스의 사진도 누드로 합성해 나오고요. 그들은 왜 이런 파격 영상을 찍었을까요.

이번 캠페인 영상은 앱솔루트의 브랜드 핵심 가치인 ‘지속성’과 ‘투명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스웨덴 아후스를 배경으로 원재료가 수확되고 제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줍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농부들이 알몸으로 농사를 짓고, 그 사이에 선 임원이 역시 알몸으로 현장을 설명하는 식입니다. 28명의 임직원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 출근하는 모습, 제조와 공정을 누드로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각 제조과정마다 하나씩 설명도 해주죠. 연출된 영상이기보다 자연스러운 그들의 일상을 누드로 담았습니다. 마지막엔 다 벗은 직원들이 한바탕 춤을 추며 끝납니다. 앱솔루트 측은 “누드는 가장 진보적이면서 파격적인 방식이다”며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창의적으로 재치있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앱솔루트가 파격적인 시도를 한 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는 병 디자인에 가장 잘 묻어나죠. 스웨덴 디자이너 카를손은 앱솔루트를 처음 출시할 당시 병 디자인을 했습니다. 골동품 가게에서 구식 의약품 병에서 영감을 얻어 병의 목 부분을 짧게 하고 별도의 라벨을 붙이지 않은 채 브랜드명과 로고만 직접 병에 새겼습니다. 단순하고 순수한 앱솔루트의 특징을 살린 독보적 디자인으로 세계 주류 업계의 주목 받았습니다. 이 병의 디자인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병의 라벨은 수백 종으로 변화했습니다.

이토록 오래된 브랜드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앱솔루트의 ‘아트 콜렉션’ 등 다양한 라벨과 수십 종의 향 때문입니다. 이들은 1985년부터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등 세계적 예술가와 협업했습니다. 아티스트와 함께 광고를 만들고, 한정판을 내놓는 방식입니다. 영국 화가 데이비드 캐머런,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미국 디자이너 톰 포드 등이 모두 앱솔루트의 콜렉션에 참여했습니다. 국가나 특정 지역, 문화 등을 병 이미지에 반영해 ‘앱솔루트 코리아’ ‘앱솔루트 뉴욕’ ‘앱솔루트 할리우드’ 등을 출시하는가 하면, 광화문 촛물 시위가 한창일 때는 시위 현장의 이미지를 앱솔루트 병모양으로 재구성해 ‘미래는 당신이 만드는 것(Future is yours to create)’이라는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원칙과 정통성을 지켜가는 것. 어쩌면 앱솔루트 임직원의 누드 동영상은 그들의 이 같은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앱솔루트의 글로벌 캠페인 ‘Create A Better Tomorrow, Tonight’의 ‘the Vodka with Nothing to Hide’ 영상은 유튜브(https://youtu.be/jAUtFMpkdBA)에서 볼 수 있습니다. (끝) /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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