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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가상화폐 청문회 된 국회 업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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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는 ‘가상화폐 청문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업무보고 자리였지만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가상화폐에 집중됐습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거래소 폐쇄 등 가상화폐 관련 규제 정책과 시장과 불통 등을 잇따라 지적했습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의 오락가락한 각종 규제에 시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야 한다. 기재부가 중심을 잡고 1차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강하게 주문했습니다. 김 부총리도 “총리실과 협의하겠다”고 답을 했고요.

지난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작됐습니다. 과열된 가상화폐 투자 광풍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죠.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입출금 계좌에 대한 실명 확인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일부 거래소의 시스템 속도가 느려지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고요.

물론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입장에도 투자 열풍은 쉽게 식지 않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투자에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사회생활이나 학업에 문제가 되기도 하고, 투자 실패로 인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사실 한은도 가상화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은행인만큼 가상화폐 관련 한은의 명확한 입장과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거든요.

이주열 한은 총재는 줄곧 ‘가상화폐가 화폐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날 가상화폐 개념에 대한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선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가상의 통화”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발행 주체 없이 발행되다 보니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가상의 화폐라는 의미였습니다. 가치를 보장하는 곳이 없으니 가격이 급등락 할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된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대응 수위도 끌어올릴 방침이고요. 실제 이 총재는 “가상화폐와 디지털 화폐 관련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위해 국제기구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화폐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기 보단 적극적으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연구하는 국제기구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게 옳습니다.

이와 관련 한은은 올 상반기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가상화폐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김 부총리가 가상화폐 관련 일관성 있는 정책을 약속하고, 한은이 보다 깊이 있는 연구 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당분간 시장 혼란은 불가피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