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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칩 전쟁 “AI 반도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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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한경 비즈니스 기자)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 기존의 반도체 기술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 역시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다만, 기존의 반도체로는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업체들은 현재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BM ‘트루노스’ 꿀벌 지능 수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관련 반도체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이다. AI 기술을 구현해 내기 위해선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는 만큼 사람의 뇌처럼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뉴로모픽 칩은 이런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람의 뇌 구조를 본떠 개발 중인 차세대 반도체의 선두 주자다.

현재 출시되는 컴퓨터용 프로세서들은 1946년 만들어진 ‘폰 노이만(Von Neumann)’ 아키텍처가 기반이다. 기억장치(메모리)·중앙처리장치(CPU)·입출력장치(IO) 등 3단계 구조로 명령을 순차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작업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 소모가 크게 증가하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런 체제에서 인간의 뇌와 같은 정보처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선 원자력발전소 1기가 필요하다.

뉴로모픽 칩의 특징은 메모리 반도체와 프로세서를 하나로 통합하면서도 사용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이미지·소리 등 비정형화된 데이터 처리 능력이 뛰어나지만 전력 소모량은 기존 반도체 대비 1억분의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AI 시대를 이끌어 갈 핵심 반도체 기술로 꼽힌다. 현재 국내외 업체들은 해당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선두 주자는 IBM이다. 2008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14년 ‘트루노스(TrueNotrh)’라는 뉴로모픽 칩 개발에 성공했다.

물론 아직까지 인간의 두뇌 수준으로까지 개발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사람의 뇌는 100억 개의 뉴런과 이를 연결하는 약 10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돼 있다. 트루노스는 100만 개의 뉴런과 2억5000만 개의 시냅스로 얽혀 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꿀벌의 뇌 처리 능력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텔은 2015년과 2016년 잇달아 AI칩 개발 업체인 알테라·너바나를 사들였다. 인수 금액으로 각각 167억 달러, 3억5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할 정도로 개발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뉴로모픽 칩 ‘로이히’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히는 13만 개의 뉴런과 1억3000만 개의 시냅스로 구성돼 바닷가재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인텔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 구글이 ‘TPU’라는 이름의 뉴로모픽 칩을 알파고 제로에 탑재하며 해당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그래핀 반도체 상용화 아직 일러”

국내 기업들도 최근 들어 뉴로모픽 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미국 스탠퍼드대, 해외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 손잡고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해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도 그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함께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새로운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국내 유수의 대학들과 손잡고 뉴로모픽 칩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대학들과 산하연구소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를 개설한 상태다.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대학 17명의 교수와 100명의 연구원이 참여했는데, 삼성전자는 여기에 3년간 연구비 90억원을 지원한다. 교수들이 삼성과 별개로 진행 중인 연구를 포함하면 지원 규모는 연간 100억원에 달한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80억 달러였던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2년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다 완성도가 높은 뉴로모픽 칩 개발로 해당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또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논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그래핀 소재 반도체다. 현재 반도체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것은 실리콘이다. 이를 통한 소형화와 미세화 가공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핀을 활용해 반도체를 만들면 실리콘 반도체보다 처리 속도를 3~30배까지 높일 수 있다. 딱딱한 실리콘과 달리 휘거나 비틀어도 깨지지 않아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의 원천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기업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상용화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 공동소장은 “예전에는 그래핀이 논문에서 주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점차 기술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그래도 상용화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진단했다.

◆돋보기
메모리 기술 격차 더 벌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흔히 한국을 ‘반도체 강국’이라고 부르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표현이 맞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D램(DRAM)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점유율 1, 2위를 기록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국내 기업들의 압도적인 기술력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특히 PC나 휴대전화에 장착되는 D램에선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가히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2세대 D램인 10나노급 8Gb(기가비트) DDR4(Double Data Rate 4)를 양산하기 시작한 상태다. 2016년 2월 1세대 10나노급 D램을 개발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반도체 미세 공정 한계를 뛰어넘으며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렸다. 메모리 반도체는 웨이퍼 한 장에 회로 선폭을 얼마나 촘촘히 그릴 수 있느냐가 곧 기술력이다. 나노 단위가 낮아질수록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1나노는 10억분의 1m로, 10나노는 것은 웨이퍼에 새겨지는 회로의 선폭이 10나노대라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D램 생산 업체 중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곳은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이다. 이 중 10나노의 벽을 돌파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런 맥락에서 D램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업체 간의 기술 격차는 약 2년 정도라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그 뒤를 잇는 곳이 SK하이닉스다. 지난해 1세대 10나노급 D램 제품 개발 및 양산에 성공했고 현재 양산 확대와 수율 확보에 주력 중이다. 올해 1분기 내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분기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하반기에는 2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1세대 10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했지만 본격적인 양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2세대 D램 개발은 내후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술력이다. 계속 판이 커지는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뉴로모픽 칩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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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8.08.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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