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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제약·바이오 ‘25년 투자’ 결실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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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석 한경 비즈니스 기자) SK그룹 제약·바이오 사업의 성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SK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SK바이오팜·SK바이오텍·SK케미칼 등 3사가 맡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제약·바이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싣고 있다.

◆SK바이오팜, 수면 장애 신약 미국 출시 가시화

SK바이오팜은 SK그룹 지주사인 SK(주)의 100% 자회사다.

SK바이오팜은 1993년 SK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신약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1996년 국내 최초로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 승인(IND)을 획득했고 현재까지 16건의 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확보했다. 이는 국내 최다다.

SK(주)는 신약 개발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관련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둔 것도 그룹 차원의 투자와 연구를 목표로 한 최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재즈와 공동 개발 중인 수면 장애 치료제 ‘SKL-N05(성분명 솔리암페톨, Solriamfetol)’의 FDA 신약 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이 신약은 이르면 내년 초 미국 시판이 가능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SKL-N05의 임상 1상을 완료한 뒤 미국 제약사 재즈에 기술 수출했고 공동 개발을 통해 지난해 임상 3상 시험을 마무리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수면 장애 환자 88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주간 졸림증이 현저히 개선됐다”며 “환자의 주관적 졸림 정도도 시장 선도 의약품인 ‘자이렘’ 대비 2배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이렘은 수면 장애 치료제 시장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자이렘을 판매하는 재즈는 SKL-N05를 후속 의약품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판권을 보유한 재즈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일본·중국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간질) 신약 ‘YKP3089(성분명 세노바메이트, Cenobamate)’ 또한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YKP3089는 FDA로부터 2상 결과만으로도 신약으로서 약효가 인정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SK바이오팜은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을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한 뒤 연내 신약 승인 신청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뇌전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 시장은 2014년 기준 810억 달러 규모로, 항암 분야와 함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2021년 920억 달러(약 97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YKP3089는 미국에서만 연간 1조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라며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축적해 온 역량을 기반으로 항암제 등의 추가 개발을 통해 2020년까지 기업 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텍, 2020년 ‘글로벌 톱10 CMO’ 목표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원료 의약품을 생산·판매하는 SK바이오텍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6월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원료 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BMS 직원 360여 명을 SK바이오텍 소속으로 전환하는 등 인수 후 통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유럽 본토에 대규모 생산 설비를 직접 보유한 곳은 SK바이오텍이 유일하다.

SK바이오텍 관계자는 “SK바이오텍은 지난 10년간 BMS에 원료 의약품을 공급해 왔다”며 “스워즈 공장 인수는 유럽 시장에서 회사의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은 성과”라고 말했다.

SK바이오텍은 추후 스워즈 공장에 ‘연속 반응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연속 반응 공정은 긴 파이프에 물질을 흘려보내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원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공법이다. 세계적으로 양산화 성공 사례가 드문 고난도 생산 기술이다.

SK바이오텍은 2007년 국내 세종공장에서 연속 반응 공정 양산화에 성공한 뒤 2014년 세계 최초로 FDA의 인증을 받았다. 1970년대 유공 시절 석유화학 공정에 활용하던 기술을 의약품 생산에 적용한 것이다.

SK바이오텍 관계자는 “연속 반응 공정은 기존 공정보다 낮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원료 의약품 생산이 가능해 FDA도 추천하는 방식”이라며 “안전한 데다 폐기물도 최소화할 수 있어 글로벌 의약품 위탁 생산 회사(CMO)들이 앞다퉈 도입하려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은 국내 생산 시설의 대규모 증설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세종 공장 증설을 통해 기존 대전 대덕단지(16만 리터)를 포함해 총생산 규모를 32만 리터로 늘렸다.

세종 공장은 연속 반응 공정을 통해 당뇨와 에이즈, C형 간염 치료에 쓰이는 원료 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올해 약 6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텍은 올해 세종 공장 옆 부지에 추가 증설을 추진한다. 2020년까지 국내 최대인 총 80만 리터급으로 생산 규모를 끌어올려 매출 1조5000억원, 기업 가치 4조원 이상의 ‘글로벌 톱10 CMO’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장동현 SK(주) 대표는 “올해 추가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등 제약·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28) 씨는 지난해 6월 SK바이오팜에 입사해 실무 경력을 쌓고 있다. 최 씨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예방의학의 첨병인 백신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중점 육성 중이다.

SK케미칼은 2015년 성인용으로는 국내 최초, 소아용으로는 세계 최초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했다. 2016년엔 성인용과 소아용 모두 세계 최초인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첫 국산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오늘의 신문 - 2024.03.2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