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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리핑

실리콘밸리 떠나 고국으로 돌아오는 중국 IT인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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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등 자국 IT기업 늘어
다양한 기회·높은 임금 등 매력
재작년 43만명이 유학 뒤 귀국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중국인 왕이 씨(37)는 구글 본사에 취업했다. 주변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의 넓은 아파트에서 살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그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왕씨는 2011년 돌연 귀국을 결정했다. 고향에서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열망에서였다.

왕씨는 귀국한 뒤 상하이에서 영어교육 관련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업체인 리우리슈어를 창업했다. 지난해 7월까지 이 회사는 1억달러(약 1070억원)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첨단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중국 정보기술(IT) 인재들이 잇따라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 인재들의 실리콘밸리 탈출 러시는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첨단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면서 중국의 IT산업 환경이 좋아진 데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적인 중국 IT 기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높은 임금 상승률과 고국이 주는 정서적인 안정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실리콘밸리 출신 중국계 AI 엔지니어에게 4년간 3000만달러 규모의 지분 제공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에 광범위하게 퍼진 ‘대나무 천장’도 중국 인재들의 ‘탈(脫)실리콘밸리’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대나무 천장은 아시아 국적 혹은 아시아계 이민자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것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말한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입사해도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데는 대나무 천장이 작용해 박탈감을 느끼는 아시아인이 많다는 것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아시아계 직원은 전체의 약 30%에 달하지만 임원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해외 대학을 졸업한 뒤 현지에 취업하는 대신 중국으로 돌아온 유학생은 2013년 35만 명에서 2016년 43만 명으로 늘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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