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서울 강남 아파트 급등 원인 정부(투기 조장) 와 민간(공급 부족) 중 누구 말이 맞을까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지난해 이후 아파트만큼 가격 상승률이 가파른 재화도 적은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투자자들에 의한 가격 왜곡 현상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매물 부족 속에 투기꾼들이 가세해 이상급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고,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을 탓합니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주택수와 아파트 비중은 조사 기관이나 연도에 따라 다 다릅니다. 일단 2016년 전국 주택 1670만채이고 이 중 아파트가 1003만가구로 비중은 60.1%라는 국토부(통계청) 통계가 있습니다. 또다른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주택(2016년 기준)은 총 1988만가구이고 주택 보급률은 102.6%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1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 126만가구로 6.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임차가구는 826만가구이고요. 어쨌든 전체 주택은 2000만가구에 조금 못 미치고 이 가운데 아파트가 60%가량인 1200만가구에 달하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 연간 거래량은 2016년 108만여건으로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아졌습니다. 지난해에는 90만건 정도로 추정됩니다. 전체가구의 9% 남짓이 한해 손바뀜이 이뤄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같은 통계를 기반으로 단지 규모 100가구 아파트의 거래량을 단순화하면 연간 9가구 정도입니다. 나머지 91가구는 그냥 아파트에 쭉 사는 사람들(장기 거주자)입니다. 이들은 아파트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 아파트 값이 오르면 기분이 좋을 뿐입니다. 당장 팔아서 이익실현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한해 거래가 이뤄지는 9가구를 살펴볼까요. 단순화하면 두 가지 이유로 거래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지방 근무나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이주하는 실질적인 이동(실수요)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재건축이나 지하철 개통 등 개발단지의 호재를 염두에 둔 투자수요일 겁니다.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은 실수요의 거래가 당연히 많겠죠. 서울 강남은 실수요도 있겠지만 투자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거래량을 회전율이라고 표현하는데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에서도 경기도보다는 서울의 회전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난해 5월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당시 한달간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1만7600건이고 주택 없는 사람이 산 게 9700건이었습니다. 강남4구만 보면 전체 3900건 중 주택 없는 사람(무주택자)이 산 게 2100건, 유주택자가 산 규모는 1800건입니다. 유주택자 중 다주택자가 산 수치는 정확히 안 나왔습니다.단순 비중만 보면 40%가량은 유주택자들의 거래입니다. 이 가운데 2주택자 이상 보유자들이 산 아파트는 투자 개념이 강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는 과열기나 가격 상승기에는 시세 형성이 쉽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A단지의 매매가격이 10억원인데 누군가 10억2000만원에 샀습니다. 물론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겠죠. 그러면 기존 매물의 호가가 10억3000만~10억5000만원대로 뛸 수 있습니다. 추격 매수자가 1주일 후 10억4000만원에 사면 1주일 새 4000만원 오르는 건 쉬운 일입니다. 최근 이런 현상이 강남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래량이 수반한 가격 급등인지, 아니면 매물 품귀 속에 일부 거래가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통계 기관에 따라서도 가격 변동이 제각각입니다. 국민은행이나 민간 기관은 호가를 많이 반영한다고 합니다. 반면 국가 공식 통계 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실제거래와 호가를 참조해서 일정부분 보정한다고 합니다. 거래량이 적을 때 1건 거래된 것을 시세에 반영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강남권 아파트 가격 급등세를 두고 의미 있는 상승이냐, 투자에 의한 단기 이상과열적인 급등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습니다. 거래량을 생각 안 하고 단순하게 높은 가격만 뽑아서 수치를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아파트라도 통상적인 거래량 속에서 가격이 단기에 급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 아파트 거래가 늘고 있는데 지난해 연말 거래한 게 올해 신고되는 것인지, 아니면 연초부터 거래가 급증했는지는 좀 더 봐야 합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특정시기에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정책 실패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강남3구라는 특정지역 움직임을 서울 전역으로 일반화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남 아파트 거래 건수와 가격 상승의 연관성을 계속 지켜보면 정부(투기꾼 조장)와 민간(공급 부족) 중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 / tru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