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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편의점 CU의 이란 진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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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훈 생활경제부 기자) 편의점 CU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 진출한 지 40여일이 지났습니다. 한국 편의점 업계의 해외 1호점이기도 한 CU의 이란 써데기예(Sadeghiye)점.

이 곳은 문을 연 2017년 11월21일 이후 새로운 유통채널을 경험해보려는 테헤란 시민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테헤란에서 뜨는 핫 플레이스가 된 것이지요.

한 번 찾아가 이란 소비자들의 반응을 들어 보고 싶은데…. 여러모로 쉽지가 않습니다. 너무 멀기도 하고요. 아쉬운대로 테헤란 진출을 준비하면서 CU 직원들이 보고, 듣고, 느꼈던 ‘이란 이야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①직원 30~40%가 여성

중동에 대한 선입견이 하나 있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체를 가린 부르카를 쓴 여성이 남편의 허락 없이는 바깥 출입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억압적인 문화를 떠올린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CU가 이란 테헤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이데 엔텍합’(IdehEntekhabIranian Chain Stores)’ 직원의 30~40%가 여성입니다. 히잡을 쓰고 페르시아어를 쓴다는 걸 제외하면 한국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란 여성의 사회 진출은 다른 중동 국가들과 비교해 활발합니다. 오히려 여성 국회의원 수는 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라크와의 8년 전쟁으로 인해 많은 전쟁 미망인과 고아가 발생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여타 중동국가와 달리 적극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한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②“본사가 테헤란에 있다고요?”

이란에는 편의점이라는 업태가 없없습니다. 그래서 현지 제조업체나 임대인 등을 만날 때 편의점이라는 유통업태를 이해시키는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란 사람들은 처음엔 편의점에 대해 많이 낯설어 하다가도 명함을 건네거나 회사 소개서를 보여주면 금새 친근함을 표시합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본사 위치 때문입니다. BGF리테일 본사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습니다. “테헤란에 본사가 있다고요?”라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현재 BGF리테일 본사가 위치한 Teheran-ro (테헤란로)은 지난 1977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시장인 골람레자 니크파이가 서울을 방문해 자매결연을 맺을 것을 기념한 도로명입니다. 양국이 수도 이름을 도로명으로 지정하기로 했지요. 테헤란에도 Seoul Street(서울로)가 있습니다.

③빨리 빨리 vs 시간의 창조자

이란 사람들은 음주나 다른 여가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인지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이란 현지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는 시간을 정해 놓지 않으면 간단한 회의도 회의 시간이 1~2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입니다.

페르시아어, 영어, 한국어 등 3개국어로 회의가 진행돼 회의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이란 직원들이 몇 명이라도 나서기 시작하면, 회의 주제에서 한창 벗어나 삼천포로 빠질 때가 있습니다.

빨리 빨리가 일상이 된 한국인과 스스로를 시간의 노예가 아닌 시간의 창조자라고 생각하는 이란인들이 만났으니….

④유별난 한류(韓流) 사랑

CU직원들이 이란 현지 식당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식당 주인이 일행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니 바로 서툰 한국말로 “통촉하여 주십시요. 폐하”라고 외쳤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영향입니다. 이란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최고입니다. 2007년 <대장금>이 처음 방영됐을 때 6개월 평균 시청률이 무려 90.2%였습니다. <상도> <주몽> <해신> 등 다른 드라마 역시 80~90%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이란 대선 떄는 한 후보가 드라마 <주몽>의 복장을 입고 선거 유세를 벌여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⑤편의점이 뭔가요?

이란엔 소형 소매점 형태의 유통매장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한국의 SSM(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와 비슷한 유통매장만 있습니다. 현지 직원들 역시 대형마트나 SSM에서 근무한 경험만 있어 슈퍼와 편의점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편의점은 매장과 창고 면적이 대형마트에 비해 작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 직원들이 대용량 상품이나 박스 단위 상품을 들여 놓자고 고집해 설득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편의점 같은 소형 유통업태를 위한 소용량 상품 자체가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란 최초의 편의점인 ‘CUانتخاب من (엔텍합애만CU)’이 이란에서 더 자리를 잡게 되면 한국처럼 소용량 상품 뿐 아니라 다양한 편의점 전용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⑥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

폐쇄적일 것이라는 첫 인상과 달리 이란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체험하려 합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현지 음식 중에서 향이 강한 음식 등 생소한 음식을 꺼리는데 반해 이란 직원들은 한국에서도 맵기로 유명한 자이언트 떡볶이나 매운 볶음라면 등을 즐깁니다.

1호점 공사를 진행할 때도 이란 사람들의 호기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날마다 공사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다양한 질문을 쏟아낸거죠. 질문에 일일이 응대하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하네요. 공사중인 매장을 찾은 이란인들은 보고 들은 내용을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입소문이 나면서 점포를 열기도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마케팅 효과를 누렸습니다. (끝) /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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