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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기술수출 '잭팟'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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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부 전예진 기자) 올 연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굵직한 기술수출(라이센스 아웃)을 성사시켜 화제가 됐습니다. 한올바이오파마와 제넥신이 주인공입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19일 임상 1상 시험 중인 자가면역질환 항체 신약 ’HL161BKN’을 미국 로이반트에 5억250만 달러(약 5400억여원)에 기술수출했다고 밝혔는데요. 제넥신은 지난 22일 중국 아이 맙(I-Mab) 바이오파마와 지속형 인터루킨7와 관련한 기술을 5억6000만 달러(약 6000억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업계에선 ‘잭팟’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올해 기술수출 사례 중 금액이 가장 크기도 하지만 두 회사의 매출을 고려하면 적게는 6배, 많게는 60배나 되기 때문입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해 매출 800억원, 영업익 3억원을 올렸고 제넥신은 작년 114억원, 영업손실 233억원을 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기술수출 한 건으로 ‘대박’을 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계약을 뜯어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기술수출 계약을 보면 일시에 수령할 수 있는 계약금이 3000만 달러(약 325억원)이고 연구비 2000만달러(215억원)는 5년에 걸쳐 나눠 받습니다. 계약규모의 90%를 차지하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4억5250만 달러(4800억여원)은 임상을 모두 마친 후 품목 허가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됐을 때 단계별로 받는 금액인데요. 임상 1상에서 기술수출을 했기 때문에 임상 2상, 3상을 거쳐 품목 허가를 받기까지 갈길이 멉니다.

로이반트는 미국 유럽에서 환자를 모집해 신약의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 시험을 할 예정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했을 때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어느 정도 용량을 투여하는게 적정한지, 다른 질환으로 적응증을 넓힐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시험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만약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해 신약이 출시되면 한올바이오파마는 매출액의 두자릿수 중반에 이르는 로열티를 받게 됩니다.

이를 경상기술료(러닝 로열티)라고 하는데요. 앞서 판매와 상관 없이 받은 계약금, 연구비, 단계별 기술료를 모두 더한 것을 정액기술료라고 합니다. 한올바이오파마 측은 신약이 출시되면 매년 20~30억(2~3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넥신의 사례를 보면 계약 후 30일 이내 수령할 수 있는 계약금이 1200만 달러(약 130억원)이고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이 5억4800만달러(5800억여원)입니다. 한올바이오파마보다 전체 계약규모는 크지만 계약금이 3분의1 수준입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받았던 연구비도 제넥신의 기술수출 조건에는 없습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로이반트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단순히 신약 개발권리를 모두 넘기는 대신 공동개발하는 것을 우선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 때문에 5년에 걸쳐 연구비도 따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제넥신이 기술이전하는 인터루킨7도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계약이 성사돼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I-Mab이 중국에서 면역반응 및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야 단계별 기술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임상1상을 통과한 후보물질도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데요. 이런 이유 때문에 표면적인 계약 규모로만으로 기술수출의 성공 여부를 평가해선 안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물론 기술수출 그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해야할 일입니다. 신약 개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니까요. 임상이 실패하더라도 계약금은 챙길(?) 수 있고 이를 또다시 연구에 투입할 수 있으니 회사의 성장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임상이 성공해서 판매 로열티를 받는다면 더 좋겠지만요.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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