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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한국은행 총재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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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차기 한국은행 총재의 조건이 뭔 줄 아십니까?”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가 건넨 말입니다. 흔히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식견과 판단력 등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가 내놓은 답변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타고난 강철 체력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 입니다. 한은은 내년 4월이면 새 총재를 맞이하게 됩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한국도 지난달 30일 6년 5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어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차기 한은 총재의 제1 조건으로 체력을 꼽은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올 들어서만 이 총재가 해외 출장을 다녀온 횟수는 16번 가량입니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정례 총재회의를 비롯해 독일 바덴바덴에서 개최된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공식적인 회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 총재는 이달 초 라오스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라오스 중앙은행과 정책 및 인적 교류를 활성화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하기 위해서였죠.

올해는 통화스와프 체결 이슈도 많았습니다. 한은이 지난달 캐나다와 ‘만기와 한도를 사전에 정하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데에도 이 총재의 발로 뛰는 노력이 숨어있었습니다. 이 총재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캐나다 중앙은행을 설득할 일이 있을 땐 일정을 쪼개 캐나다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기축통화국 간에만 주로 적용되는 상설 통화스와프 계약이 성사된 데는 이 총재의 이런 적극성이 크게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게다가 이 총재는 일정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국제기구의 공식 회의를 제외하고는 대개 주말을 끼고 출장 일정을 잡는다고 합니다. 가급적 한국에서의 업무에 차질을 덜 주기 위해서라네요.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는 해외 출장을 나가면 삼십분의 개인 시간도 없이 업무 일정만 소화한다.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해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환승 일정조차 빠듯하게 잡는다”며 “총재와 함께 해외 출장에 나가면 나도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정도”라고 전하더라고요.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추진력은 물론이겠지만 한은 총재 역할을 수행하려면 정말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할 듯 합니다.(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