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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면접을 보러 온 한 지원자의 합격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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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산업부 기자) 지난 11월 25일 부산 서면의 한 호텔에서 홍콩의 저비용항공사인 홍콩익스프레스의 ‘리크루팅’이 있었습니다. 이미 채용된 14명의 한국인 승무원들의 고객 서비스에 감탄한 항공사측이 한국인만을 뽑기 위해 처음으로 연 ‘특별채용’이었습니다.

아침 8시부터 면접이 시작됐습니다. 1조의 면접이 끝날 무렵, 홍콩익스프레스 인사담당자가 한 지원자를 인터뷰 해볼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 지원자의 이름은 정희경씨(29). 멀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이날 채용면접을 위해 날아왔다고 했습니다. 짧게 나눈 대화에서 왜 홍콩익스프레스에서 그녀를 인터뷰 해볼 것을 요청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후에 들리는 말로는 그녀는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려졌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당당했습니다.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신나게 이야기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정희경씨는 20살 캐나다로 ‘나홀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한국서 대학에 진학했지만, 극심한 취업난에 토익, 토플 공부를 해도 영어 한 마디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용기를 내어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합니다.

10년전 한국을 떠나던 날 정씨는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캐나다로 떠난 친구들중에서도 정씨가 가장 먼저 캐나다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귀국할 것이라고 예측했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가장 오랫동안 캐나다에서 적응해서 이제는 홍콩에서의 제2인생을 꿈꾸고 있다고 했습니다.

캐나다 대학서 관광경영학을 공부한 후 정씨는 근처 레스토랑에서 시급을 받고 일하면서도 성실함을 인정받아 매니저까지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기간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녀는 무한 긍정의 에너지로 버텼고, 삶의 내공이 쌓였습니다. 마음씨 좋은 홍콩 출신의 집주인은 렌트비를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자신을 딸처럼 아껴줬다고 합니다.

이제 그녀의 삶은 캐나다에서 아시아로 궤적이 바뀌게 됐습니다. 그녀는 홍콩에서 승무원으로 20년을 산 뒤 다시 캐나다로 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날 자신이 받았던 그 사랑 그대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다고 하네요.

정씨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홍콩익스프레스에 제출한 이력서를 보내 달라고 했더니 정말로 보내왔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삶에 당당하다는 뜻인 아닐까요. 희경씨의 이력서를 살펴봤더니 △직원·고객과 긍정적인 의사소통 가능 △강한 직무 윤리와 도전적인 작업 환경 즐기기 △고객 지원을 위한 전문적인 태도 △빠른 학습능력과 명확한 의사 소통능력 △영어, 한국어 가능 △기타 모든 업무 수행 가능 등 6가지 직무역량을 자세히 밝혔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직무역량을 보유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밝혔습니다. BMW의 판매지원 서비스 업무를 시작으로 벤쿠버 공항에서 여행사 투어 패키지를 기획하고 밴쿠버 시내 일식당에서 매니저를 거쳐 최근에는 스타벅스의 바리스타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한 업무를 통해 고객응대와 문제해결 능력을 배웠다고 합니다. 수많은 역경을 헤쳐냈듯 정씨의 앞날에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끝) / true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