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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리핑

'신사업 시험장' 된 일본 편의점… 드론 택배·빨래방까지 무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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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만물상, 일본 편의점

패밀리마트, 1인가구·노년층 겨냥
대형 점포에 코인 세탁장비 도입

세븐일레븐은 자전거 공유 시작
로손은 드론으로 배송 서비스

5만8000여개 촘촘한 점포망
지난해 매출 11조4500억엔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편의점이 각종 신사업 진출의 거점이자 시험장이 되고 있다. 일본 최대 규모 빨래방 체인, 공유자전거 시스템 구축, 드론(무인항공기) 무인배달 시험 등이 편의점을 배경으로 추진되고 있다. ‘21세기 만물상(萬屋)’으로도 불리는 편의점이 일본인 사이에서 일상생활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데다 일본 전역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무한 진화하는 일본 편의점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는 ‘24시간 빨래방(코인 론드리)’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주차장을 갖춘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100억엔(약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점포를 확장하고 코인 세탁기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2019년 말까지 500여 개 점포에 빨래방 시설을 갖추고 점포를 1만2000여 개까지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일본에서 빨래방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학생 및 독신자, 맞벌이 부부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최근 10년 동안 30%가량 시장이 커졌다. 패밀리마트는 빨래방 시장 수요를 흡수하는 한편 편의점 내점 고객 증가 효과도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패밀리마트가 빨래방 체인을 갖추면 일본 내 세탁업계 최대 규모 점포망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빨래방뿐 아니라 편의점은 일본에서 각종 신사업의 거점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는 또 다른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공유 자전거 서비스에 나섰다. 도쿄 북부 사이타마 지역 편의점 9곳을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1000여 곳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5000여 대의 자전거를 배치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등으로 예약한 자전거를 빌려 탄 뒤 목적지 인근의 편의점 자전거 주차장에 반납하면 된다. 중국 자전거 공유업체 모바이크의 공세에 맞서는 일본 업체들이 편의점을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편의점 체인 로손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과 손잡고 이동판매 차량에서 드론을 활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동네 편의점마저 방문하기 힘든 노인들을 위해 드론을 이용한 배송 준비에 나선 것이다. 또 2025년까지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등 주요 편의점 5개사가 점포에 소비자가 스스로 계산하는 무인 계산대를 설치키로 하는 등 각종 첨단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일본인 생활의 중심을 활용하라”

편의점이 일본에서 각종 신사업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편의점만큼 일본 소비자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1927년 미국 텍사스에서 탄생한 편의점은 1962년 일본에 도입된 뒤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등은 일본 편의점에서 시작돼 세계 편의점으로 퍼졌다.

2017년 9월 현재 일본 전역에 5만8000여 개의 크고 작은 편의점 점포가 미세혈관처럼 곳곳에 퍼져 있다. 편의점 체인 로손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업계 매출은 2012년 9조4900억엔(약 92조4200억원)에서 2016년 11조4500억엔(약 111조5120억원) 규모로 커졌다.

편의점이 다루는 상품도 단순 식료품·생필품 외에 도시락, 반찬, 드립커피는 물론 어묵, 파스타 같은 패스트푸드 등으로 다양하다. 각종 신문과 잡지 판매는 물론 공과금 수납과 배달 등의 업무도 병행한다.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주요 지역에서 은행 창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은 최소 165㎡ 이상 대형점이 많아 건물 설계 단계에서 입점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점포 투자 대부분을 본사가 집행하고 점주에겐 경영만 위탁하기 때문에 관리가 수월하다.

이처럼 일본인의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고, 편의점망을 활용할 경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해 일본 전역에서 대규모로 신사업을 할 수 있어 편의점에 대한 ‘러브콜’이 활발하다는 분석이다. 편의점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에 따른 우위 확보와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신기술 도입에 우호적인 것도 편의점이 변신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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