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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리핑

밤샘 줄 대신 '광클릭'… 미국 '블프', 이젠 글로벌 온라인 쇼핑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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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쇼핑 열기'

현장에서

온라인 판매액 사상 첫 1000억달러 넘을 듯
코너 몰린 대형매장들 11월초부터 세일
코스트코·이케아 등 '블프'엔 아예 문 닫아

“어젯밤 11시에 왔어요. 179달러짜리 50인치 TV 도어버스터(대표 세일상품)를 사려고요.”

블랙프라이데이 전야인 23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저지주 시카커스 카운티의 전자양판점 베스트바이 매장. 300여m에 이르는 줄 맨 앞에 선 레이첼 돕스(29)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대럴 레이퍼드 베스트바이 직원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2~3일씩 밤을 새며 기다리기도 했다”며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그런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시카커스 월마트를 둘러본 정상태 삼성전자 북미총괄 상무도 “줄 길이가 4~5년 전의 50~60% 수준”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판매가 크게 증가한 데 힘입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홀리데이 할인판매 시즌’의 쇼핑액은 사상 최대인 6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미 유통업계는 예상했다.

◆손가락 끝으로 이동하는 ‘블프’

미국소매협회(NRF)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주말에 9900만 명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고, 1억900만 명이 온라인 쇼핑을 했다고 추정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올해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한 설문에서는 미국인 중 13%가 오프라인 매장을 찾겠다고 했지만 28%는 온라인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자 유통업체는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지난 1일 일찌감치 세일에 나선 베스트바이는 추수감사절 오전 8시 온라인을 통해 도어버스터 판매를 시작했다. 매장에서만 파는 상품은 샤프의 50인치 TV(179.99달러) 등 몇 개에 불과했다. 월마트도 이달 초부터, 코스트코는 9일부터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올해 홀리데이 시즌의 전체 쇼핑액이 3.1% 증가하지만, 온라인 쇼핑은 16.6%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쇼핑 증가율은 57.8%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연말 온라인 판매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08조6000억원)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수혜 기업은 아마존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대거 몰리면서 아예 추수감사절 당일인 23일 오프라인 점포를 열지 않는 곳도 늘고 있다. 코스트코와 홈디포, 로우즈, 이케아 등이 대표적이다. 아웃도어 쇼핑몰인 레이가 지난해 시작한 ‘#옵트아웃사이드(optoutside)’ 캠페인에 동참한 것이다.

마크 코헨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랙프라이데이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유통업체들은 몇 주 전부터 할인을 시작할 정도로 절박하지만 소비자는 급할 게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수혜 기업은 아마존이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때 온라인 쇼핑을 하겠다는 미국인 중 44%가 쇼핑할 곳으로 아마존을 선택했다. 아마존은 지난 10월 말 “4분기 매출이 560억~60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8~38%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CNN머니는 “올해가 마지막 블랙프라이데이가 될지 모를 정도로 전통 소매업계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TV시장 흔드는 샤프·훙하이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잡으려는 제조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TV는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대표적인 도어버스터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도 TV는 할인폭이 15.1%로 가장 크다. 장난감(11.4%), 컴퓨터(11.2%) 등이 뒤를 잇는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TV는 연평균 1000만 대에 이른다. 그중 10~15%가 블랙프라이데이 주간에 팔린다. 이날 시카커스 베스트바이에 몰려든 소비자 절반 이상이 TV를 사들고 매장을 나섰다. 두세 대씩 구입한 사람도 많았다.

삼성전자, LG전자 TV는 미국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도 양사 제품을 사들고 가는 미국인이 많았지만 샤프의 179.99달러짜리 50인치 초고화질(UHD) TV가 가장 많이 팔렸다. 지난해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이 점유율을 높이려고 초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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