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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제품보다 가격을 먼저 디자인하는 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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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완용 한경비즈니스 기자) 2014년 12월 국내에 상륙한 이케아는 ‘가구’가 아닌 ‘문화’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도심과 거리가 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1호 매장 개점 직후 광명시는 주말마다 방문객으로 교통대란에 휩싸이게 만들었고 매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이 이케아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업이 파는 ‘제품’이 아니라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쇼핑 공간의 혁신이다.

이는 물류 혁명을 통해 세계 최초·최대의 인터넷 서점이자 종합 쇼핑몰로 거듭난 아마존이나 비디오·DVD 대여 서비스 사업에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혁신을 통해 업계 세계 최대 사업자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과 궤를 같이한다.

◆ 제품 가격 낮춰 ‘DIY’ 문화 만들다

스웨덴에 기반을 둔 이케아는 세계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유럽·중국·홍콩·일본 등 전 세계 약 28개국에 34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16만3600명이 근무 중이다.

연간 매장 방문객 수는 7억8300만 명으로,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교회보다 이케아에 가는 사람이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케아의 위력은 한국에서도 대단하다. 이케아코리아가 국내 영업에 나선 2년 8개월 동안 이를 충분히 보여줬다. 인기가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최근 1년 동안(2016년 9월~2017년 8월) 36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이케아가 전 세계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의 경영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캄프라드 창업자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격표를 먼저 디자인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제품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소비자들이 더 많이 구매하고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그만큼 다시 가격이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철학은 이케아 제품 전부에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이케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이케아는 해외에 나가기에 앞서 그 나라에서 팔리는 책장 가격이 얼마인지 먼저 조사하고 경쟁사 제품 평균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 그런 다음 그 가격에 맞는 재료와 디자인, 납품 업체를 선정하고 제작해 판매에 나선다.

캄프라드 창업자는 자신을 다룬 책 ‘어느 가구상인의 유언장’에서 “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며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이케아는 기존 가구업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DIY(Do It Yourself : 스스로 만들기)’라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 당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정 부분의 노동력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안이었지만 이케아는 이를 활용했다. 간단한 조립을 통해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성취감이라는 요소를 적극 홍보한 것이다.

캄프라드 창업자는 “이케아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기업”이라고 지칭하며 DIY가 주는 ‘독립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이케아코리아의 성공 사례는 아시아권으로의 ‘DIY’ 확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 진출 전만 해도 완성품과 ‘빨리’를 외치는 한국 문화와 이케아가 잘 융합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케아가 오히려 한국인의 ‘DIY’ 목마름을 해결해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 민주적인 디자인이 철학

또 다른 이케아의 장점은 ‘북유럽 스타일’로 불리는 디자인이다. 부드러운 컬러에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은 전 세계 가구 소비자를 매료하고 있다.

이케아는 자사만의 디자인 철학을 ‘데모크래틱 디자인(Democratic Design)’이라고 부른다. 번역하면 ‘민주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은 품질과 우수한 디자인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 위해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 가능성, 합리적인 가격 등 다섯 가지 요소를 꼼꼼하게 챙긴다. 이 5대 요소의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해 제품 개발 초기부터 개발자, 디자이너, 제조 담당자 등이 머리를 맞댄다.

이케아의 성공 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케팅 수단이다. 그중에서도 이케아는 카탈로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51년 본격적으로 대형 가구를 팔기 시작한 때부터 이케아 카탈로그는 300페이지가 넘을 만큼 두껍고 34개 언어로 2억1100만 부가 발행된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웹사이트와 연계한 전략을 사용한다.

실제 집처럼 꾸며 놓은 쇼룸도 핵심 경쟁력이다. 이케아는 제품을 종류별로 모아 전시하지 않고 쇼룸을 만들어 갖가지 이케아 제품을 조화롭게 배치한다. 잘 꾸며진 쇼룸은 소비자의 구매욕을 한껏 자극한다.

이케아를 방문한 사람들은 침대에 누워 봐도 되고 푹신한 소파에서 한참 앉아 있어도 된다. 쇼핑과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쇼룸을 꾸며 놓은 것이다. 이케아의 이런 진열 방식은 전 세계 가구 기업으로 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과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 그리고 볼거리 등이 넘치는 매장을 통해 해외 각국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인구구조론 관점에서도 이케아의 성공 가능성이 설명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대를 물려 쓰는 가구’ 개념이 옅어지고 있다. 품질은 다소 떨어져도 디자인과 가격으로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케아식 영업이 통할 수 있는 배경이다. (끝) / cwy@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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