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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수액에 벌레가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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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수액에서 벌레가 잇달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식약처 조사 결과 해당 수액은 국내 제조사가 필리핀 업체를 통해 위탁생산했는데,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내에서 에틸렌옥사이드 가스 멸균처리만 한 뒤 판매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물질이 어떻게 수액에 들어갔느지 밝혀내는 것입니다. 벌레 유입 경로를 알아야 같은 날 제조한 수액만 문제인지, 아니면 해당 제조사가 만든 수액 전체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퀴벌레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인하대병원에서는 어떤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해당 수액 한개의 문제인지 다른 수액까지 문제가 확산될 수 있는지 면밀히 조사가 필요합니다.

국내 수액 생산공장을 견학했던 일을 떠올려보면 수액에 어떻게 벌레가 들어갔는지 의문이 듭니다. 제조사들은 탱크에서 수액을 제조한 다음 비닐 백(bag)에 주입하는데 이 과정은 커다란 유리로 이뤄진 멸균실에서 자동화로 이뤄집니다. 수액은 공기 접촉을 피해 탱크에서 바로 얇은 튜브로 이동하는데요. 비닐백에 주입한 다음 마개를 막는 것도 모두 기계가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액은 이물질이 없는지 컴퓨터로 검사한 다음 사람이 육안으로 다시 확인해서 부유물이 떠있는 제품을 골라냅니다. 점검이 끝나면 비닐로 이중포장하는 오버랩 과정을 거치고 200도가 넘는 고온으로 멸균한 다음 포장돼 나갑니다.

우리나라처럼 자동화 공정으로 만들어진 수액이라면 생산과정이 아닌 보관이나 투약 과정에서 벌레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필리핀 제조공장은 어떤 방식인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자동화 설비는 아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최신식 기계를 도입하려면 투자비도 많이 들고 생산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수액을 수입하는 회사들은 임금이 저렴하고 생산 단가가 싼 동남아지역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습니다. 수액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꼭 필요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있어서 가격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제한하고 있어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식약처는 다음달 주사기, 수액세트 제조·수입업체에 대한 특별 점검을 합니다. 수입사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 제대로 인증되지 않은 시설에서 만들어진 수액을 저가로 들여오는 건 아닌지도 검사해봐야합니다. (끝) / ac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