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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리핑

'전쟁옵션'과 '외교 노력' 번갈아 꺼내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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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 절멸" 발언 파장

매티스 "외교적 해결 기대하지만 군사옵션 준비도 해야 할 상황"
북한 이용호 22일 유엔연설 주목

“서울에 중대 위험 없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18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미국과 동맹을 위협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군사적 옵션을 준비해야 한다.”(20일 매티스 장관)

미국 수뇌부가 사흘 새 쏟아낸 대북 발언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최후의 카드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졌다고 워싱턴 외교가는 해석했다.

북한을 겨냥한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동맹을 계속 위협한다면 미국은 북한을 절멸시킬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에 동참해준 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정은 정권이 호전적 행동을 멈출 때까지 좀 더 (제재를) 해야 한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외교적 해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표현이다.

서울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고 한 매티스 장관은 20일 미 공군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여전히 외교적 해결 노력이 (북핵 해법을) 이끌고 있다”며 “그러나 군사적 옵션들을 준비해둬야 하는 엄중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해석 역시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더글러스 팔 미 카네기평화연구소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연설 내용에 대해 “미국이 엄청난 보복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트럼프식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침략행위가 없는데도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압박한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부원장도 “트럼프 대통령 연설의 본질은 미국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다룰 능력이 있지만 평화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것”이라며 ‘완전 파괴’라는 표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혼자만으로는 북한에 충분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는 그의 거친 수사와 상관없는 현실적인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에도 시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S&P500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엔 전쟁옵션보다 제재를 우선 추진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 외에 다른 게 없었다”고 보도했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대응이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22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무상이 거친 연설로 맞불을 놓거나 북한이 추가 미사일 발사 도발로 대응할 경우 한반도 긴장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발언을 겨냥해 “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복잡하고 민감하므로 각국이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집행해야 한다”며 “동시에 자제를 유지하고 긴장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많이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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