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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BNK금융에 외부 출신 회장이 등장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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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금융부 기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거느린 BNK금융지주가 신임 회장에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을 추대했습니다. BNK 회장으로선 첫 외부 출신 인사입니다. 외부 인사가 회장에 내정되자 BNK금융 뿐 아니라 금융계에선 ‘낙하산 인사’ 아니냐는 얘기가 퍼졌습니다. 특히 김 회장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며 2012년 문재인 후보 경제정책 자문단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A 은행장의 해석은 달랐습니다. 정치권 영향 만으로는 이번 인사를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올해 잡음없이 경영승계가 이뤄진 신한금융이나 KB금융과 달리 BNK금융에선 외부출신 인사가 추천된 것은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김 내정자를 추대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얘기죠.

A 은행장은 “완벽하진 않지만 금융회사의 인사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됐는데도 유독 BNK금융만 예외가 된 것은 전임 성세환 회장의 잘못이 크다는 게 BNK금융 안팎의 얘기”라고 전했습니다.

부산은행을 중심으로 한 BS금융(BNK금융의 전신)은 경남은행 인수 후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자 2015년말 유상증자를 추진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산은행 거래 기업 46곳의 대표들은 BNK금융지주 주식 464만5000여주(390억원 상당)를 사들였습니다. 성 전 회장과 부산은행 임직원들은 기업인들에게 권유나 부탁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역 상공인들이 BNK금융을 위해 주식을 산 것은 사실입니다. BNK는 증자에 성공하기 위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의 기대와 달리 주식을 산 이후 주가는 계속 떨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유상증자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주가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부산은행이 엘시티 부정대출로 검찰수사를 받은데 이어 성 회장이 주가조작 등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관련된 기업인들도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지역 상공인들은 전임 경영진에 등을 돌리고 “성 전 회장과 그의 측근들은 절대 회장에 추천할 수 없다”는 뜻을 사외이사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은행장은 “회장 후보로 유력했던 박재경 BNK금융 사장 내정자도 성 전 회장과 함께 일한 전 경영진으로 분류됐죠.”

회장 추천절차에서 사외이사들 간에 격론이 벌어지고 수 차례 후보추천 일정을 연기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부산은행 노동조합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김 내정자의 회장 추천을 강력 반대하자 정부도 금융인사에 개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스스로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적폐’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실제 문재인 정부, 그 중에서도 금융당국은 BNK금융 회장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정설입니다.

금융회사가 내부 경영 승계프로그램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영진이 경영을 잘 해야만 합니다. 지역 기업인들을 조사받게 만드는 것은 사실상 경영 실패인 것입니다.

A 은행장의 다음 말은 울리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인사가 들어와서 강도높은 개혁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는 게 같은 금융인으로서 참담합니다.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경영을 잘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끝) / hiuneal@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