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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라가르드 IMF 총재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조용히 나눈 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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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아마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탓이겠지요. IMF를 ‘경제위기의 대명사’처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1990년대 후반 강도 높은 IMF의 구조조정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과 은행들이 잇따라 무너졌고, 직장인들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잊지 못할 큰 시련이었습니다.

20년이 흐른 지난 7일. 한국은행과 IMF가 ‘아시아의 지속 성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비 온 뒤 땅이 굳어졌다”는 말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평가했습니다. 그는 “당시 개혁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딜 수 있었고, 그 이후엔 글로벌 성장 엔진으로 부상했다”고 했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 선진 경제로 탈바꿈했다”는 호평도 잊지 않았습니다. 물론 생산성 향상과 교육 개혁, 여성의 활발한 사회 참여 등은 여전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했지만 말입니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의 패션 감각은 명불허전이라는 말과 딱 들어맞았습니다. 블랙 계열의 투피스 차림에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귀걸이와 목걸이를 더해 180㎝가 넘는 큰 키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부드러운 말투로 콘퍼런스 현장 곳곳의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는 “이 총재는 정말 잘 생겼다. 내가 아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 중에 가장 잘 생겼다”는 칭찬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IMF의 첫 여성 총재인 만큼 여성 인력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세계적인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면 노동 시장에서 남성과 여성간 성별 격차를 메우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데다 이에 대한 대비마저 부족한 편이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위한 노동 관련 제도를 개편하고 사회·교육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콘퍼런스 참석 후 이화여대를 찾은 라가르드 총재는 “정당하지 않은 차별에 당당하게 맞서고 지혜, 지식, 진실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해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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