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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확 바뀐 호텔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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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한경비즈니스 기자) 작년 말부터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어 ‘제4차 산업혁명’. 지겨울 수 있지만 모든 산업 영역에 걸쳐 이 거대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첨단 기술과 사용자 편의가 만나 혁신을 이루는 지금, 사람과 사람의 대면 서비스가 강조되던 호텔업에도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무료 와이파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모바일 체크인·아웃에 국한되지 않고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투숙 환경 조절이나 비대면 고객 응대 솔루션인 ‘디지털 컨시어지’ 등 호텔 서비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달라진 호텔 서비스, 당신은 어디까지 누리고 있을까.

# 휴가를 맞아 한국으로 여행 온 A 씨는 로밍을 신청하거나 포켓 와이파이를 구매하지 않았다. 그 대신 웨스틴조선호텔에 묵으며 ‘핸디(handy)’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다. 하루에 1만원꼴인 로밍과 달리 숙박만 하면 스마트폰과 똑같은 ‘핸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도착 후 짐을 내려놓은 뒤 핸디에 내장된 도시 가이드 정보로 근처 관광지를 찾아보고 맛집에는 전화로 예약했다. 관광지에서의 인생 샷을 위해 평소 사용하던 카메라 앱도 다운받았다. 관광지를 돌아보고 호텔로 돌아와 내일 먹을 조식과 부족한 객실 용품(어미너티)도 핸디로 주문했다. ‘핸디’ 하나로 호텔 내 서비스뿐만 아니라 여행 중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그것도 무료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8월 21일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형태의 ‘핸디’를 호텔 내 전 객실에 도입했다. 핸디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전화나 포털 검색부터 앱 다운로드, 결제까지….

여행 중 와이파이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비싼 로밍을 신청하거나 국제 전화비를 아낄 필요도 없다. 롱텀에볼루션(LTE) 인터넷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국내외 전화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객실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투숙객이 휴대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라면 ‘원터치 호텔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컨시어지(호텔 안내는 물론 여행과 쇼핑까지 투숙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호텔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핸디 홈 화면에서 룸서비스를 주문할 수 있다.

슬리퍼·욕실용품 등의 호텔 어미너티 주문, 객실 정비 요청 등의 하우스키핑 서비스까지 원격으로 가능하다. 특히 객실 용품 원격 주문 기능은 전 세계에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최초로 선보이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해외 고객뿐만 아니라 국내 고객도 보다 편리하게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 모바일 체크인도 이미 '옛말'...인공지능 컨시어지·IoT 객실 속속 도입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IoT와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이 호텔과 만나면서 고객이 누리는 경험도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메리어트)은 AI 비서의 대명사 격인 아마존 ‘알렉사’와 애플 ‘시리’ 중 하나를 객실에 설치할 예정이다. 두 AI 비서 중 게스트를 위해 불을 끄고 커튼을 치고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는 데 누가 더 적합할지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비스타 워커힐이 호텔 최초로 전 객실에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NUGU)’를 도입했다. 비스타 워커힐은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콘셉트로 다양한 정보기술(IT)을 호텔 곳곳에 활용하고 있다.

호텔 로비에서는 로봇 암(Robot Arms)과 접목한 800년 된 올리브 고목과 가상현실 체험 공간인 ‘VR존’, ‘AI 거울’ 등을 통해 최신 테크놀로지 경험을 선사한다. 특

히 헬스커넥트(서울대병원·SK텔레콤이 공동 설립한 헬스 케어 전문회사)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웰니스 클럽’에서 국내 최초로 헬스 케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은 기존 객실 자동화 솔루션에 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룸’을 선보였다. 호텔 16층의 모든 객실이 IoT 스마트 룸으로 꾸며져 투숙객의 스마트폰만으로 객실 환경을 조정할 수 있다.

벽에 부착된 QR코드를 개인 스마트 기기로 스캔해 조명·커튼·객실 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고 객실 용품도 요청할 수 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호텔 서비스가 더 빠르고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 일본 규슈에 있는 헨나호텔 프런트에서는 여성 로봇 1개와 공룡 로봇 2개가 손님을 맞이한다.

공룡 로봇은 영어와 일본어 2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안내에 따라 체크인 수속을 마치고 룸카드를 객실 앞에 있는 인증기에 갖다 대면 얼굴 인증이 완료된다. 투숙 중에는 객실 열쇠 없이 얼굴 인증만으로 문을 열 수 있다. 로봇의 활약은 계속된다.

수하물 운반이나 보관도 로봇이 도와주고 객실에는 대화와 다양한 지시가 가능한 접객 로봇이 대기하고 있다. 다만 로봇이 대응하기 어렵다면 인간 스태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일본 도쿄에 있는 시나가와 프린스호텔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의 얼로프트(Aloft)호텔 등 많은 호텔이 스스로 장애물을 인지해 피하는 자율주행형 배달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 있거나 이미 도입해 사용 중이다.

◆ '일자리 감소? 첨단 기술, 호텔 서비스의 질 높일 것'

이처럼 호텔이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편리함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고객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IoT나 AI에 축적된 고객 행동 빅데이터로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의 ‘핸디’ 서비스도 객실 관리 시스템(PMS : Property Management System)과 연동돼 이를 토대로 고객 특성에 맞게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호텔에서의 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고객관계관리(CRM)’가 가능하다”며 “호텔의 기술 발전이 고객을 세분화해 관리하고 더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해외 호텔에 비해 첨단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활용도가 낮은 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성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처럼 호텔의 진화가 계속되면서 호텔업계도 제4차 산업혁명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외에서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 체크인·아웃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고 헨나호텔도 호텔당 직원이 30명에서 현재 7명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텔 관계자와 전문가는 호텔업계 특성상 첨단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걱정은 기우라고 주장한다. 호텔은 무엇보다 사람을 통한 품격 있는 서비스가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는 보조적인 역할로 투입돼 업무 효율화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중저가 호텔이나 비즈니스호텔은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고급 호텔은 품격 있고 세밀한 서비스가 필요한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호텔 관련 학문이 다양한 변화에 대응할 줄 아는 융·복합적인 학문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 kye0218@hankyung.com 출처=한경비즈니스 제1135호. 풀기사는 http://bit.ly/2wtCQ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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