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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거짓말로 계란 사태 키운 식약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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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영진 식약처장의 해임을 촉구했습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살충제 계란으로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렸는데 이를 책임져야 할 식약처장이 국민을 속이면서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공직자로서 철학과 소신이 없다”고 말했는데요. 바로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류 처장이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의원들의 화를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류 처장이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을 비판했습니다. 간담회 당시 식약처가 모니터링을 한 적이 없는데도 국민을 속인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류 처장은 답변 과정에서 “‘모니터링 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식약처가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 셈이죠. 그런데 본질은 제쳐두고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과 류 처장은 실제로 모니터링이라는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의원 보좌관들과 식약처는 기자 간담회 당시 녹취록을 수소문하느라 분주했고, 결국 류 처장이 “국내산은 전 주부터 협회에서 지적해 모니터링 하는데 전혀 검출된 바 없어 안심하고 생활해도 문제없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업무보고는 파행을 빚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류 처장이 거짓말로 둘러대기보다 사과를 했다면 일이 이 정도로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취임한지 한달 밖에 안된 류 처장이 당시 업무 보고를 받은 내용을 토대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처장이 발언의 취지를 설명하고 사과했다면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발뺌하고 해명하고 말꼬투리 잡기에 바쁜 국회 업무보고 방식도 바뀌어야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식약처장의 부적절한 답변을 질타하는데 치우쳐 정작 살충제 계란 유통 방지 대책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류 처장이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만큼 식약처가 하루 빨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회도 협조해야하지 않을까요. ac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