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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도둑 '가맥 축제'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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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맥주회사들은 여름이 가장 바쁜 계절입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다른 계절에 비해 매출이 15~20% 늘기 때문이지요. 올 여름에도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맥주 3사는 전국 축제 현장을 찾아다니기 바빴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전주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진 ‘가맥 페스티벌’. 하이트진로는 당일 생산한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 맥주 7만 병을 3일간 완판했다고 합니다. ‘가맥’이 대체 뭐길래 ‘맥주 도둑’이 된 걸까요.

‘가맥’은 ‘가게에서 파는 맥주’의 줄임말입니다. 작은 골목 안 가게에서 빈 틈에 테이블을 몇 개 놓고 북어포나 오징어, 계란말이 등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파는 곳을 말합니다. 전북 전주에서 시작된 소박한 문화인데요.

1980년대 전주 완산구 경원동 일대의 작은 가게들이 의자 몇개 놓고 맥주를 팔기 시작한 게 시작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지금은 300곳 이상이 영업 중입니다. 이곳에선 맥주 한 병에 2500원 정도 받습니다. 안주도 다른 주점들에 비해 비싸지 않은 편이죠. 놀라운 건 가맥집의 맥주 소비량입니다. 가맥집을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테이블마다 아예 맥주를 마신 뒤 빈병을 꽂아 놓으라고 테이블 밑에 맥주전용 박스를 구비해 놨습니다. 가게 한켠에선 주인이 쉴새없이 연탄불이나 난롯불에 북어포나 오징어를 굽고 있습니다. 갑오징어와 특제 매운 간장소스가 나오는 ‘전일갑오’ 등이 입소문 나면서 몇 년 전부터는 아예 가맥집 투어를 하러 오는 관광객도 늘었다고 합니다.

전주시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지키고 관광객도 끌어모으기 위해 2015년부터 아예 ‘가맥축제’를 만들었습니다. 한 여름 밤 한 자리에 모여 초대형 테이블 위에서 ‘가맥의 맛’을 즐기는 것이지요. 올해는 11만명이 이 축제를 찾았다고 합니다. 작은 골목길 어귀에서 이웃들과 밤새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나눠먹는 ‘가맥’의 소박함은 사라졌지만, 전주에서는 여름철 대표 행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겨나는 다른 지역의 축제들과는 확실히 차별화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끝) /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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