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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에서 '잇 아이템'이 된 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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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수 바이오헬스부 기자) 제약회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요 인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화장품업체 토니모리의 태극제약 인수입니다.

토니모리는 지난 1일 업력 61년의 태극제약을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태극제약 지분 47.6%와 경영권을 다음달 30일 140억원에 인수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토니모리가 태극제약을 인수한 주요 이유로 화장품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꼽고 있습니다.

태극제약은 기미·주근깨 치료제 ‘도미나크림’, 상처 치료제 ‘베트락스겔’ 등 연고제 분야에서 국내 최대 생산 규모를 갖춘 회사입니다. 부여의 연고제 생산 공장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유럽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EU GMP)을 획득하고 있죠. 연고제는 화장품과 제형이 비슷한데다, 유럽 수출이 가능한 수준의 공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니모리의 생산성 확장 및 수출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토니모리의 태극제약 인수에 앞서 바이오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비티오생명과학(현 크리스탈생명과학, 2015년 인수)과 화일약품(2013년)을, 차바이오텍이 CMG제약(2012년)을, KT&G가 영진약품(2003년)을 사들인 사례가 있었습니다.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와 오랜 업력을 통해 갖춰 놓은 생산 시설 및 유통망이 제약사들의 매력이란 분석입니다. 특히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바이오벤처의 제약사 인수는 현재의 산업 환경을 투영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신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바이오벤처들은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며 “자금조달력과 신약을 개발하는 동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실체를 갖추고 싶다는 욕구가 M&A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바이오벤처의 경우 개발 신약의 상용화와 관련해 생산시설을 미리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봤습니다.

전통 제약사들이 매물화되는 이유로는 의약품 유통에 머물고 있는 사업 구조의 한계가 지적됐습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제약사 인수 이후에는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제약사는 기본적인 외형은 있지만,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가 많다”며 “차별화된 제품 출시나 시너지 효과 창출에 실패한다면 인수 비용뿐 아니라 운영비도 지원해야 하는 이중고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토니모리에 인수된 태극제약도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26억원에 불과했고 순이익은 8억원의 적자였습니다. (끝) /hm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