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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관문 넘은 3세대 폐암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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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지난주 말기 폐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4일 3세대 폐암 표적 치료제인 한미약품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보험급여 적용을 받게 된 겁니다. 작년 5월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지 1년2개월여 만인데요.

두 약은 기존 표적 폐암치료제 중 하나인 EGFR-TKI 제제(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쓰입니다.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아서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던 환자들은 앞으로 보험이 적용된 가격으로 3세대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리타와 타그리소는 보험급여 등재가 늦어지면서 환자들 애를 태웠습니다. 두 약은 당초 경제성 평가 면제대상으로 분류돼 신속히 급여 인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보건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1년 이상 지연됐는데요. 투여 대상이 1000여명으로 많아 재정지출이 크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타그리소는 경제성 평가 자료를 제출한 끝에 어렵게 보험급여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

타그리소와 함께 올리타도 덩달아 보험 급여를 받게 됐습니다. 국산 신약인 올리타는 타그리소보다 가격이 낮아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올리타는 경제성 평가보다는 다른 문제 때문에 속을 썩였는데요.

이 약은 작년 베링거인겔하임이 8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포기를 발표하면서 한미약품의 주가를 출렁이게 했던 주인공입니다. 베링거는 경쟁 약품이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선점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자 올리타정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올리타 임상 중 스트븐존슨증후군(SJS)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발생한 것이 알려지면서 부작용 은폐 의혹에 휘말렸습니다. 감사원의 조사결과, 한미약품이 고의로 부작용을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혀졌는데요. 그렇지만 사망 환자를 늑장 보고한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 인정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자들의 손실이 크다고 판단해 이 일로 올리타의 시판 허가를 취소하진 않았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논란을 딛고 보험급여까지 받게 된 것이죠. 그동안 대안이 없었던 말기 폐암 환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3세대 표적 치료제의 처방이 늘게 될 텐데요. 기대만큼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끝)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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