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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토론에 산업 시찰까지…한은 금통위원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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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조직 문화와 기업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휴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듯 합니다. 휴가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충전으로 여기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연차를 모두 쓰겠다”고 공언한 뒤 여름휴가를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문 태통령의 발언 이후 공무원 사회에서도 ‘연차를 모두 쓰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고요.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들도 잇따라 여름휴가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인석 금통위원을 시작으로 해 고승범, 이일형 금통위원 등도 줄줄이 여름휴가 일정을 잡았습니다.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등 통화·거시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금통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물가와 성장 등 경기 흐름이 큰 영향을 받게 되죠. 천문학적인 돈이 움직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들은 ‘7인의 현자(賢者)’로 불리기도 합니다. 물론 현재는 당연직 금통위원인 부총재직이 공석이라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요.

금통위원들은 어떻게 여름휴가를 보낼지 궁금할 겁니다. 들어보니 크게 특별한 건 없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평소 읽기 어려웠던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겠다는 금통위원들이 많았습니다. 해외 보다는 국내 여행을 선호하는 모습이었고요.

지난 6월 장병화 전 한은 부총재의 퇴임 이후 현재 금통위원회는 이주열 한은 총재, 함준호,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등 6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재 금통위원들은 역대 가장 역동적인 멤버 구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토론을 좋아하고 실물경기 흐름에 관심이 많아 현장 방문을 선호하는 금통위원이 유난히 많아서랍니다.

과거 한 땐 금통위원들이 시장과 소통에 소극적이고 각종 통계 지표 등에만 파묻혀 제대로 된 현실 경기를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는 아니겠지만 지난해 4월 한 번에 네 명의 금통위원이 교체된 후 금통위원회 분위기가 상당 부분 변화했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에 주요 산업 현장을 다니며 통계에서 읽기 어려운 산업 흐름을 파악하고 현장 실무자 혹은 경영진들과 인터뷰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함께 산업 현장을 방문한 후에는 밤새 현상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한답니다. 술을 즐기는 금통위원이 적은 대신 논쟁과 토론을 즐기는 금통위원이 많아진 영향이라고 하네요.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금통위원들의 모습이 나쁘진 않은 듯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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