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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뉴스 미디어의 `가치있는 독자` 찾기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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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디지털 뉴스 생산과 유통에서 새로운 독자(audience)의 주도권이 커지는 가운데 전통 뉴스미디어의 미래는 더욱 어두운 전망에 놓여 있습니다. 실제로 성공적인 디지털 비즈니스를 거둔 뉴스조직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디어의 영향력으로 유치되는 광고물량은 이미 줄어든지 오래입니다.

광고주들은 점점 스스로 미디어 퍼블리셔가 되고 있으며 고객인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습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뉴스룸'이라는 이름으로 자사의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통 뉴스미디어를 상대로는 선별적인 접점을 맺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어느덧 믿음직한 사업 파트너의 등 뒤만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이제 일시적거나 일과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일관된 장면입니다. 기업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경영이나 오너 리스크라는 이슈가 점차 공동의 사회적인 과제로 다뤄지고 다양한 해결의 지점이 열리는 흐름에서는 전통 뉴스미디어와 광고주의 밀착은 엷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언론사들은 기존 독자의 유지 더 나아가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신규 독자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세계신문협회는 '가치있는 독자 관계 구축'이란 보고서에서 '독자 데이터'와 구독료 가격모델에 주목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사는 구독모델에 전례없는 신중함과 냉정함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구독료를 낮게 결정해 많은 독자를 모을 것인지, 아니면 구독료를 높게 정한 뒤 상대적으로 적은 독자 수를 확보할 것인지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전자든 후자든 가격변동 폭에 따라 구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독자의 규모를 산정할 수 있다면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하겠지요. 보고서는 가령 독자가 높은 가격(상품 획득 가격)으로 구독을 시작했다면 보통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는 경향을 띤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세계신문협회는 가격탄력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구독 기간, 다양한 콘텐츠 상품 결합, 인구통계학적 요인, 거주지 등 다양한 것들을 지목합니다. 국내의 경우는 포털사이트로 집중되는 뉴스 유통환경이나 경쟁질서를 감안하면 더 답답해지는 이슈들입니다. 어쨌든 무엇보다 핵심적인 것은 이를 통해 '가치있는 독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일입니다.

보고서는 언론사가 보유한 독자의 데이터에 주목합니다. 아시아 뉴스 시장에 관심이 많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대학생 구독자가 대학을 졸업한 뒤 구독을 지속하는 비율과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구독모델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신문협회는 이를 '고객생애가치(CLV-customer lifetime value)' 분석으로 다룹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계에서 오랜 기간을 거쳐 독자를 파악하는 일은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그 이전에 (구)독자 데이터는 얼마나 체계적일까요? 보고서는 "단순한 독자 분석과 거기에 대응하는 콘텐츠 생산이 아니라 언론사 경영의 차원에서 독자 데이터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느슨한 독자 관계로도 거뜬히 수익을 올렸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국내 전통 뉴스미디어가 디지털 생태계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들 중에는 독자 마케팅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뉴스조직 그러니까 뉴스 생산의 혁신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물론 이것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앞으로는 뉴스 생산 외의 영역도 업그레이드하는 간단치 않은 과제가 쌓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뉴스조직이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고집해온 뉴스의 경향과 내용에 대한 변경까지 포함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열정적이고 참여적인 독자들은-언론사에게 기꺼이 구독이라는 선물을 안길 유익한 독자들은,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고 그것은 대개 자신들의 기호와 꿈에 일치할 때입니다. 독자들은 언제든 언론사와 연결될 수 있는 만큼 그 응대와 수렴의 결과에 따라선 새로운 독자의 확대도 가능합니다.

최근 국내 일부 매체와 독자들 간의 갈등으로 드러난 언론사의 '구독경제'의 위기-수천 부 이상의 구독자가 이탈하는 현상은 지금까지의 독자 관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일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독자 관계의 험난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독자들과 직접 소통을 늘리는데 것이 아니라 스낵커블 콘텐츠만 증가시킨 국내 언론의 대응에 재조정을 촉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형식실험을 포함하는 다양한 콘텐츠 생산에서 독자와의 소통으로, 좋아요 수나 댓글 수로 그치는 독자로서가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한 공감 기반의 상호적인 관계로, 또한 이를 배경으로 과학적이고 지속적인 고객 관리로 진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기존의 독자층을 지키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 국내 전통 뉴스미디어의 혁신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요?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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