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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한국은행의 정기 인사 예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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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기업 등 은행권 올 하반기 정기 인사가 마무리 됐습니다. 금융공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최고경영자(CEO) 선임 이슈로 아직 조직 개편이나 실무 직원 인사를 단행하지 못했지만요.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회사 등 통상 금융회사들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정기 인사를 실시합니다. 1월과 7월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임원 인사가 먼저 이뤄지고, 일주일 가량씩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하위 직급에 대한 인사가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대략 어느 시점에 인사 발표가 날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지만 임박하지 않고서야 정확하게 언제 날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한 두 달은 조직 내부가 어수선하기 마련입니다. 부서 이동 가능성이 있어 공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말이죠. 인사를 코앞에 두고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 물리적으로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이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 시중은행에선 갑작스럽게 본점에서 영업점으로, 혹은 영업점에서 본부로 실무 직원이 이동하는 인사가 단행되면서 제대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는 일도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편을 겪어나 인사 이후에도 일주일이 넘도록 뒤늦은 인수인계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정기 인사 예고제가 눈에 띕니다. 한은의 정기 인사 예고제는 2014년 4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취임한 뒤 도입됐습니다. 그 이전만 해도 여느 시중은행의 인사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취임 후 “자녀 교육 및 이사 일정, 업무의 연속성, 조직의 안정적인 분위기 등을 위해 정확한 인사 일정을 공지하고 공유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런 이 총재의 판단에서 한은은 연초 일 년 업무 계획을 세우면서 정확하게 정기 인사 일정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정기 인사를 한 달 여 가량 앞둔 시점에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정확한 일정을 공지하고 있고요.

한은 한 실무직원은 “아무래도 인사 일정이 정해져 있다 보니 지역본부 이동 등이 예상되는 시점에 자녀 학교나 거주 문제를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좋다”고 말하더라고요.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업무상 느슨해지는 분위기가 적은 편이라는 게 한은 안팎의 얘기입니다.

이 총재가 35년 이상 한은에서 근무하고 총재에 취임한 ‘정통 한은맨’인만큼 실무 직원 때 느꼈던 업무상 불편함을 취임 후 하나 둘 씩 개선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참고로 한은의 하반기 정기 인사는 이달 25일로 예정돼 있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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