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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을 꾸짖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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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정치부 기자) 지난 주말 여러 온라인 게시판에 한국 기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혼쭐이 났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뉴욕포스트 기사인데요. 이 기사의 제목은 ‘Trump scolds Korean media for wreaking havoc in Oval Office(트럼프가 오발 오피스에서 혼란을 일으킨 한국 기자들을 꾸짖었다)’ 입니다. 이 기사를 두고 네티즌들은 “한국 기자들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 일정을 취재할 때 ‘풀(pool)단’을 구성합니다. 수백명의 출입기자들이 취재를 동시에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출입기자들이 정한 규칙입니다. 적으면 한 명, 많을 때 5명 가량 풀단을 만들어 취재를 하고 취재 내용을 공유합니다. 당연히 백악관 취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확인해보니 한국 언론은 카메라 기자와 스텝 포함 5명, 사진 기자 4명, 취재 기자 2명 등 총 11명이 단독회담을 취재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이보다 2~3배 많았다고 합니다.

뉴욕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한국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하느라 램프도 넘어뜨리고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무례하게 굴었다고 합니다. “이례적으로 많은 한국 기자들이 와서 경쟁하느라 엉망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풀단 시스템에 따르면 많은 한국 기자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가 없습니다.

당시 영상을 찾아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진정해 친구들(Easy fellas)”이라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취재에 필요한 마이크를 움직여 전등이 떨어질 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시킨 겁니다. 램프를 건드린 마이크를 들고 있던 기자는 미국 쪽 기자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제로는 매우 친근한 기자들(It's actually a very friendly press)”이라고 말한 것을 보더라도 미국 측 취재진들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포스트가 왜 이렇게 악의적인 보도를 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 취재진 사이에서는 한국 기자들이 백악관에서 미국 기자들과 동등하게 취재한 것에 불만이 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당시 영상은 유투브(https://www.youtube.com/watch?v=iD5MwvUlgLc)에 올라와 있습니다.(끝) / mwis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