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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서 기 못 펴는 민간 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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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새 정부 들어선 내부 과제에 집중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새 정부가 출발한 지금 시점에 활발하게 거시경제 운용과 장기성장 전략에 ‘훈수’를 둬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하소연을 한 겁니다.

진보·시민단체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인재 허브로 떠오른 것과 대조적으로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과거 정부에 비해 민간 경제연구소의 의견을 전달할 기회와 통로가 확연히 줄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땐 상대적으로 민간 경제연구소에 대한 ‘활용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나 다양한 사회적 의견이 충돌할 때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나 대내외 환경에 대한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평가를 듣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엔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씩 정부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각종 분석 자료나 참고 자료를 전달하고 경제 동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일이 잦았다”고 전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닐지라도 정부 관계자들에게 국내외 경제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꽤 있었단 거였죠. 박근혜 정부에선 이런 움직임이 줄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눈에 띄게 축소됐다는 게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입니다.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참고 의견이나 분석 자료를 전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습니다.

사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민간 경제연구소가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 수립에 꽤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책을 입안하기 전에 정부가 민간 경제연구소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형태로 협의 과정을 거치는 식이었습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고급 인력과 분석 능력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었죠.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새 정부가 대기업 계열 민간 경제연구소들과 밀접해지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민간 경제연구소의 내부적인 문제도 이런 상황에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겁니다. 민간 경제연구소가 출범했을 당시만 해도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지원보단 거시경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대기업들의 매출이 주춤해지기 시작했고 “돈도 안 되는 거시경제가 아니라 경영 활동에 도움이 되는 내부 연구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형성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민간 경제연구소 스스로도 대외 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을 띠게 됐고요.

현재 국내에서 거시경제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 등을 다루며 대외 활동을 하는 민간 경제 연구소는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사실상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삼성그룹의 내부 연구기관으로 역할을 바꾼 지 오래고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주요 금융그룹 소속 민간 경제 연구소는 조직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대외 활동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역시 최근 KEB하나은행에 흡수된 이후 거시경제보단 고객 분석과 경영 전략 등 내부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내로라하는 ‘경제 브레인’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때 정부에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해진 건 아쉬운 일인 듯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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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7.09.2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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