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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퇴근 후 ‘카톡’ 금지한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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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퇴근한 뒤에도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경험, 다들 있을 겁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 저녁, 늦은 밤 시간에도 툭하면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일거리를 주는 상사, 좋은 글귀 공유하고 싶다며 사진과 함께 시를 보내는 상사 등 형태도 다양합니다. 물론 본인들은 “전화로 하지 않고 카톡으로 보내는 거면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것 아니냐”, “직원들과 소통하는 유연한 상사의 모습 아니겠냐”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젊은층들은 아예 관심을 끊어주길 바랄 겁니다.

이랜드그룹이 퇴근 후 카카오톡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꿀휴식 캠페인’을 여는 것도 이같은 여론 때문입니다. 퇴근한 뒤에는 직원들이 온전히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대강의 틀만 만들면 어기는 사람이 혹여나 있을까봐 세부 지침사항도 정했다고 합니다. 휴가나 대휴 등 쉬는 날, 그리고 평일 퇴근시간 이후에는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일, 전화, 문자 등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을 일절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또 새로운 업무지시를 해야 한다면 가급적 일과를 시작하는 오전에 요청할 것, 퇴근시간에 임박해서 지시하지 않을 것 등의 지침도 내렸다고 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해외 출장을 떠난 직원과 시차 때문에 밤 시간대에 소통해야 할 경우, 인명사고, 온라인 상에서의 돌발상황 등 긴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연락을 해야겠죠. 이때는 제일 앞에 별표(*)를 달아서 긴급상황임을 알려야 한다고 자세히 방침을 통보했습니다. 이랜드그룹에 속한 모든 계열사에 즉각 적용한다고 하네요.

이같은 혁신적인 개선안은 이달 초 이랜드그룹이 발표한 ‘7대 조직문화 혁신안’의 일환입니다. 이 기업이 발표한 혁신안의 내용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자체 근로 감독센터 신설 △퇴근 후 업무 차단 △2주 휴식 의무화·전직원 리프레쉬 제도 △우수 협력사 직원 대상 자사 복리후생 제도 확대 △이랜드 청년 창업투자센터 설립 △출산 장려를 위한 배우자 2주 유급 출산 휴가 △통합 채용 등 채용 방식 개선입니다. 이 가운데 2주 휴식 의무화는 올해 여름휴가부터 당장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번째로 카톡 금지 등 퇴근 후 업무 차단을 실행에 옮긴 겁니다.

과연 이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을지 의문을 갖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이랜드그룹은 익명 제보센터를 개설했다고 합니다. 만약 퇴근 후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을 경우 누구나 익명으로 이 사실을 제보할 수 있게 한 거죠. 이를 어긴 상사는 자체 근로감독센터를 통해 대표이사와 면담을 하거나 특별교육을 받게 된다고 하니 아마도 어길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병원을 다니거나 취미활동에 돈을 쓰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요즘, 이랜드그룹 같은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끝)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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