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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연이은 시즌제 시도…재정비일까 또다른 종영의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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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문화부 기자) MBC가 시즌제를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 도입하고 나섰습니다. 케이블 방송에서만 주로 이뤄지던 시즌제가 지상파 방송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죠. 재정비를 위한 휴식이란 의미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반면, 또 다른 종영의 수단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MBC는 최근 봄 개편을 맞아 ‘우리 결혼했어요’ ‘듀엣 가요제’ ‘마이 리틀 텔레비전’를 종영하고 새로운 시즌 방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프로그램들은 한때 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인기가 떨어지면서 꾸준히 폐지설이 제기됐죠. MBC는 다시 신선한 소재를 접목하면 얼마든지 부활 가능한 포맷이기 때문에 시즌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10년간 MBC 간판 예능으로 자리잡았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지난 13일 스페셜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습니다. 스타들이 ‘가상 결혼’을 한다는 콘셉트의 관찰 예능이었던 이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과 달달한 설렘을 안겼죠. 하지만 지나친 설정, 반복되는 패턴으로 시청률은 3%대에 머물렀는데요. 결국 MBC는 “오랫동안 방송해온 프로그램인 만큼 색다른 변화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이해해 달라”며 시즌 종영을 선언했습니다.

파격적인 시도로 큰 화제를 모았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30개월만인 다음달 시즌1 방송을 마무리하는데요. 명절 특집 파일럿 방송으로 첫 선을 보였던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방송과 TV 방송의 결합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출연진과 시청자가 쌍방향 소통하는 포맷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죠. 센스 있는 자막과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유쾌한 연출도 젊은 세대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하지만 출연진과 출연진이 준비한 콘텐츠에 따라 방송 수준이 큰 기복을 보이면서 시청률도 2%대에 그쳤습니다.

지난달 7일 ‘듀엣가요제’도 방송 1년만에 시즌 1의 막을 내렸습니다. 가수와 일반인 참가자가 듀엣으로 경연을 펼치는 음악 예능으로 두 차례에 걸쳐 명절 특집으로 방영된 이후, 정규 편성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재정비를 거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즌제 방송이 정말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시즌제를 선언한 프로그램 중 새 시즌을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습니다.이 때문에 인기가 떨어진 프로그램을 ‘폐지’란 말 대신 ‘시즌제 도입’이란 명분으로 없앤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한도전’이 7주간의 재정비 기간을 가지며 시즌제 도입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보다 화제성이 약한 프로그램들은 종영 이후 새롭게 방송 편성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시즌제가 잘 적용될지, 다시 이 프로그램들을 보기 힘들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끝) /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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