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31억 '알박기'에 6조7000억 지원 못받는 대우조선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이태명 금융부 기자) 정부와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6조7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및 신규자금 지원계획이 개인투자자 한 명 때문에 ‘올스톱’ 됐다. 31억원 상당의 대우조선 기업어음(CP)을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 A씨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인가를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이의제기를 하고 있어서다.

CP 투자자 A씨는 최근 창원지법 통영지원이 내린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인가에 대해 항고를 제기했다.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시중은행, 사채권자(社債權者) 등이 보유 중인 채무를 출자전환 및 상환유예하는 계획이다. 출자전환·상환유예 규모는 3조8000억원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 3월23일 이같은 채무재조정안을 내놓으면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에 동의할 경우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달여의 ‘밀고 당기기’ 끝에 국민연금공단 등 주요 기관투자가와 대다수 CP투자자들은 지난달 20일께 채무재조정에 동의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지난달 21일 “사채권자 및 CP투자자의 동의 절차가 절차적으로 타당하게 진행됐다”며 채무재조정안을 공식 인가했다.

하지만 CP 투자자 중 A씨가 여기에 반대하고 나섰다. 보유 CP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를 3년간 상환유예해주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금전적 손실이 크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최근 법원에 채무재조정안 인가를 취소해달라며 항고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채무재조정안의 효력은 한동안 정지됐다. 다행히 법원은 A씨의 항고를 기각했지만, A씨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만약 A씨가 재항고를 제기하면 대우조선에 대한 채무재조정 및 신규자금 지원 일정은 대법원 최종결정이 나오기까지 또다시 미뤄지게 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31억원의 CP 보유자 한 명 때문에 신규자금 2조9000억원, 채무재조정 3조8000억원 지원계획이 틀어진 상태”라며 “대우조선을 통해 최대한 A씨를 설득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등에선 A씨의 정체를 ‘알박기 투자자’로 보고 있다. A씨는 대우조선 유동성위기가 악화된 지난해 말께 CP를 액면가의 약 50%에 매입했으나,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에 CP 액면가의 100%를 지급해줄 것으로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상반기 현대상선의 채무재조정 때도 마지막까지 반대하면서 ‘원금 보장’을 요구했다. 당시 현대상선이 끝까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결국 A씨는 채무재조정에 동의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A씨는 본인 스스로 순수한 개인투자자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평범한 개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전형적인 알박기 수법”이라고 귀띔했다.(끝)/chihiro@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