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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2만원짜리 ‘치킨 값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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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완용 한경비즈니스 기자) ‘8500원 vs 1만7000원.’ 딱 2배의 가격 차이. 1997년과 20년 후인 2017년 현재의 양념치킨의 가격이다.

비교 대상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BBQ치킨이다. 세월이 흐르면 물가도 올라간다. 당연히 치킨 가격도 오른다. BBQ뿐만 아니라 대체적인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도 비슷하다.

20년 동안 딱 2배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지금의 치킨 가격에 불만이 많다. 결국 지난 3월 폭발했다. BBQ가 제품 값을 10% 올리려다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급기야 주무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세무조사 등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고 결국 BBQ는 가격 인상을 잠정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농식품부 측은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이 최근 조류독감(AI) 사태로 닭고기 값이 오르자 이를 빌미로 치킨 값을 터무니없이 올리려고 한다”며 “생닭 한 마리 값은 2500원인데 튀기면 2만원 가까이 가격이 올라간다”고 꼬집었다.

반면 치킨 업체들은 “농식품부가 오류투성이인 원가 산정 기준을 바탕으로 업체들을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 유통단계 거치며 상승하는 닭 가격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치킨 가격의 상승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주재료 닭고기의 유통 과정이다. 일단 닭은 대부분이 산지(양계장)에서 키운다.

이후 치킨으로 납품되는 크기(8~10호)로 자라면 하림·마니커·청솔 등 닭고기 전문 기업(중간 유통사)이 닭을 사들인다. 이때 가격이 농식품부가 밝힌 2500원이다.

물론 이번과 같이 AI 사태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공급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올라간다. 반대로 공급량이 늘어나면 몇 백원대까지 떨어진다.

닭을 사들인 닭고기 전문 기업은 도축과 손질 작업을 거쳐 계약한 BBQ·BHC·교촌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에 납품한다. 닭 한 마리의 납품가는 3000~4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닭고기 기업이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측이 “회사 기밀 사항이며 매년 계약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해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렇게 받은 닭을 가맹점에 통상 5000~6000원을 받고 넘긴다. 여러 치킨 가맹점의 매입 전표를 확인한 결과다.

양계장부터 소비자의 입에 들어가기까지 닭 가격을 종합해 보면 양계장이 2500원을 받고 닭 한 마리를 중간 유통 기업에 넘기면 이를 도축과 유통을 거치며 마리당 3500원(중간치)으로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를 또다시 프랜차이즈 본사가 각 가맹점에 배송하며 5500원(중간치)까지 가격이 상승한다.

이에 대해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닭은 가격 변동이 심해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대형 유통업자와 계약하고 신선한 생육을 안정적으로 가맹점에 공급하기 위해선 닭 가격을 5500원까지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5500원에 가맹점으로 도착한 닭이 1만7000~2만원까지 치솟는 이유는 뭘까. 가맹점주들이 그렇게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쉴 틈 없이 일하지만 한 달에 잘 벌어야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물론 가맹점에 따라 편차가 크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치킨을 팔아 큰돈을 벌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유명 치킨 브랜드 가맹점주는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부부가 아르바이트생도 쓰지 않고 일하고 있지만 많이 벌어야 한 달에 300만원 선” 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임차료가 많이 들어가는 번화가에서 매장을 운영하거나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형 매장을 운영할 때는 단순히 닭만 팔아서는 이윤을 내기 어렵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주류 등을 팔아보지만 비싼 임차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한때 배달형 치킨이 아닌 매장형 치킨으로 변화를 모색한 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마진율이 떨어지며 가맹점들의 폐업이 속출하기도 했다.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각종 재료 등을 사용해 치킨을 팔면 많아야 30% 정도를 남긴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차료가 나가고 나면 치킨 한 마리에 1000~2000원 정도의 이익을 남길 뿐이다.

◆ 부재료에 운영비 더해지며 비싸져

치킨 한 마리에 대한 손익계산을 해본 결과 닭 5500원 외에도 4000~4500원 상당의 기름·파우더·양념 등 조리 비용과 포장지(350원)·무(280원)·콜라(캔당 400원) 비용이 더해져 원가만 1만1000원가량이 나왔다. 여기에는 인건비와 임차료를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면 결국 이윤은 누가 가져가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갈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퇴직한 한 임원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최근 10년 동안 원가 상승 요인이 있을 때마다 이를 유통 과정에서 흡수한 것이 아니라 치킨 가격을 올리거나 가맹점에 전가하는 과정을 되풀이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본사는 수익 구조가 좋아졌고 반대로 가맹점의 마진은 줄어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가격을 탄력적으로 내릴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마다 포화 상태일 정도로 가맹점들이 많아 관리해야 하는 인력이 필요하고 물류센터도 지어야 하는 등 고정비용이 상당하다”면서 “치킨 가격을 내리면 본사의 이익만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5(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