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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신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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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연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달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 출장때였습니다. 한 쇼핑몰 앞에 사람들이 모여 오렌지색 스포츠카를 열심히 찍고 있었습니다. 비싼차인가? 하면서 들여다 봤지만 차체가 매우 낮고 화려한 색상의 차라는 것 외에 특별한 느낌을 주지 못했죠. 차알못(차를 잘 알지 못하는) 저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 와중에 특이한 것이 있다면 차 번호판이 ‘1’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던 이유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UAE에서 자동차 번호판은 신분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한자리에서 다섯자리까지 있는데, 자리수가 적은 번호판일수록 신분이 높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자리 수 중에서도 1번 번호판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각 토호국(UAE를 구성하는 7개국)의 왕, 지도자 뿐입니다. 알고 보니 제가 봤던 차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의 차였습니다. 왕은 차가 여러대인데, 그 차들은 모두 1번 번호판이라고 합니다. 왕자들도 한자리수 번호판을 사용합니다.

보통 두자리수 까지는 왕족 가문의 일원들에게 주어집니다. 세자리수는 일반적으로 귀족들이 사용하는 번호판입니다. 네자리수는 두바이 현지 사람들, 다섯자리는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돈이 많으면 낮은 숫자의 번호판을 경매로 구입할수도 있습니다. 교통국에서 매년 경매를 통해 번호판을 판매하는데 이때 응찰하면 됩니다. 1번 번호판도 경매에 나올때가 있는 데 보통 수십억에서 많게는 100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됩니다. 수십억을 호가하는 수퍼카가 수두룩한 UAE에서 비싼차만으로는 자신을 과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끝)yykang@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