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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경기 진짜 바닥 쳤나…엇갈리는 증권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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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형 증권부 기자) 조선 경기에 대한 증권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3년 넘게 조선 업계를 짓누른 ‘수주 가뭄’이 올해부터 해갈되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 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게 주식시장의 대체적 관측이지만,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7만7500원에 마감해 전 거래일 기록한 1년 최고가를 유지했다. 지난 1월 말 13만2500원을 찍었던 주가가 한 달 반 새 34.0% 상승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전 거래일보다 50원(0.41%) 오른 1만2250원에 마감했다. 지난 7일 1년 최고가인 1만2350원을 찍은 뒤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작년 11월 말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조선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신규 선박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 유가 하락과 호주의 LNG 공급 증가, 미국의 LNG 수출 본격화 등으로 올해부터 LNG 운반선과 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발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은 LNG선과 FSRU 각각 한 척, 삼성중공업은 FSRU 한 척을 수주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전 세계 LNG선 발주량이 지난해 106만7000㎥에서 올해 595만9000㎥으로 급증하고 2020년에는 906만40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수주 잔고(금액 기준) 중 절반 이상은 탱커선(유조선)과 LNG선으로 채워져 있고 삼성중공업의 주력 제품도 LNG선과 FSRU”라며 “동일 선종을 추가 수주할수록 건조 마진(이윤)이 커져 실적 회복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조선사의 실적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5일 낸 ‘수주 절벽에 직면한 조선사 신용 등급 방향성’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LNG 수요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현재 LNG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대비 LNG선 수주 잔고 비율이 30%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LNG선 운임·용선료 하락세 등을 감안하면 시황이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진단했다. 과거 발주된 선박량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신규 수주가 눈에 띄게 증가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두 조선사의 수주는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국내 ‘빅3’ 조선사의 수주 잔고와 매출이 적어도 2019년까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추정한 올해 말 빅3의 수주 잔고는 작년 말(44조원)보다 3분의 1 줄어든 33조원이다. 2019년 말에는 이 수치가 27조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신용 등급(각각 A0, A-)를 조만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한 신용 평가사 관계자는 “설령 조선 경기가 바닥을 찍고 선박 발주가 늘어나는 조짐을 보인다 해도 조선사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진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주 소식만 듣고 주식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hhh@hankyun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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