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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용 의료 기구는 파키스탄産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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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인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17’이 19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출품 업체수만 1292개였고 해외 바이어 3536명을 포함해 총 7만3093명이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등의 나라에서 온 업체들이 최첨단 엑스레이 장비와 수술 로봇, 인공지능을 활용한 질병예측 기기 등 최신 기술을 뽐냈습니다.

그런데 전시장 한켠에는 최첨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수술용 칼, 가위, 집개 등을 전시한 파키스탄 업체들도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이 의료기기를 만들고 수출까지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기는 독일 등 선진국이 주로 수출하는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파키스탄은 1인당 GDP가 1428달러에 불과합니다. 동티모르나 콩고 민주공화국보다도 가난합니다.

하지만 의료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파키스탄이 낯설지 않습니다. 파키스탄 업체 부스를 찾은 서울의 한 피부과 원장 김모씨는 “수술용 칼이나 가위, 집개 등의 경우 큰 병원에서는 독일산이나 미국산을 많이 쓰지만 일반 개원의들은 저렴한 파키스탄산 의료기구를 많이 쓴다”고 말했습니다.

아드난 이크발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상무참사관은 “수술용 칼, 가위, 집개 등을 만드는 파키스탄 장인들의 솜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독일이나 미국 브랜드들도 파키스탄 업체에 위탁생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파키스탄무역진흥공사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파키스탄은 1억744만달러(약 1200억원) 어치의 외과용 의료 도구를 해외로 수출했습니다. 파키스탄 내 생산 의료기기의 90% 이상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에는 147만2000달러(약 17억원) 어치를 수출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의료기구 제조산업의 태동은 100여년 전 영국에게 식민지 지배를 받던 시절까지 올라갑니다. 교통의 요지였던 시알코트 지방에서 영국인 의사들이 현지인들에게 수술용 가위 등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의료기구들의 수리를 맡기면서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현재 파키스탄에는 시알코드 지역을 중심으로 총 2500여개의 의료기구 제조업체에 15만~2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 아예 터를 잡고 파키스탄 의료기기를 수입해 파는 사람도 있는데요. 종로 5가에서 10년 넘게 파키스탄산 의료기구를 판매하는 아슬란씨는 “한국인 의사들이 파키스탄산 의료기구를 많이 찾아 아예 정착하게 됐다”고 하네요.(끝) /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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