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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해외 로드쇼에 쏟아진 질문 세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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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한국 혹은 한국 금융회사를 바라보는 해외 기관투자가의 시각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금융회사들이 해외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해외 현지에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로드쇼(투자설명회)입니다.

로드쇼는 쉽게 말해 채권 발행 계획을 설명하면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해주는 자리로 보면 됩니다. 로드쇼 분위기가 좋으면 대개 채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취약업종 구조조정. 유례없는 국내외 정치적·경제적 이슈 속에서 우리은행은 이달 둘째주 미국 현지로 해외 채권 발행을 위한 로드쇼를 다녀왔습니다. 로드쇼 일정 중간에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기도 했고요.

우리은행은 오는 5월 초 바젤Ⅲ 기준 외화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5억달러(약 572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영구채 형태의 외화 코코본드죠.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이자지급재원 기준 등 관련 규제가 강화된 후 시중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영구채 형태의 외화 코코본드를 발행했습니다. 당시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인기를 끌며 성공적으로 조달을 마쳤고, 이 덕분에 우리은행은 기본자본비율 및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우리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이번 발행도 시중은행 중에서 올해 처음으로 이뤄지는 영구채 형태의 외화 코코본드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로드쇼를 두고 내심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로드쇼 일정 중간에 박 전 대통령 탄핵까지 결정돼 혹여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됐던 것이죠.

현장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고 하네요.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질문도 탄핵이나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영향 보다는 135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에 집중됐다는 전언입니다. 한국 언론에서 연일 한국의 가계부채 ‘뇌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실제 리스크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는지, 대응과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 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합니다.

정치적 이슈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국내 은행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신뢰가 쌓인 건 반가운 일이지만 국내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 듯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