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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갑자기 외환보유액을 회복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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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박진우 기자) 올해 초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아래로 감소한 건 자연스런 수순이었습니다. 지난해 초 중국 제조업 경기가 두드러지게 둔화된 데다 서킷 브레이커(매매거래의 일시 정지)가 새해 첫날부터 연이어 발생하는 등 투자자 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보유한 미국 국채와 달러를 풀어 위안화 가치를 지속적으로 떠받쳤죠. 시장에선 ‘3조달러’선을 외환위기인가, 외환보유액 안정인가를 가르는 기점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다시 3조달러를 회복했습니다. 여기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본유출 통제 조치가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중국 정부는 500만달러 이상 해외로 송금할 때 외환당국의 특별승인을 받도록 조치했고 은행이 해외에서 유입한 자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해외로 보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100억달러 이상 대형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승인 심사도 강화했죠. 또 홍콩 은행간 금리(Hibor)를 올리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위안화도 바짝 조였습니다.

투자자들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는 걸까요. 한동안 그 반대였습니다. 투자자들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예상해 위안화를 빌려 미리 팔고 나중에 사들이는 위안화 선물매도 계약을 늘리면서 선물환율은 한때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었죠.

어떻게 된 걸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China’s currency woes could be worse than they look’라는 기사에서 인민은행의 위안화 선물 잔고가 자본유출이 본격화된 시점부터 빠르게 늘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방식으론 달러를 당장 풀지 않아도 됩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현물환율보다 낮게 선물환율을 책정해 위안화 선물매도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예컨대 현물환율이 달러당 6.8위안이고 선물환율이 달러당 7위안이면 인민은행은 달러당 6.7위안에 위안화를 매입하겠다고 보장한 셈입니다.

인민은행의 의도에 따라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오르게 되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봅니다. 정면으로 인민은행에 맞설 것인지, 아니면 위안화 매도계약을 상당수 청산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외환보유액이 늘면서 1월3일 달러당 6.960위안이었던 위안화 현물가치는 두달 뒤인 3월3일 달러당 6.8990위안으로 올랐습니다. 선물가치도 현물환율을 따라 내려오면서 달러당 6.89위안 수준입니다. 투자자들이 위안화 매도계약을 청산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기보다 위험하다’고 제목을 단 이유는 무엇일까요. 투자자들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잃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당장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축통화에 포함되면서 변동환율제 등 국제표준에 따르겠다고 했는데 직접 외환시장에 장기간 개입한 거죠.

중앙은행이 선물을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드문 사례입니다. 지금까지는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고 외환보유액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인민은행의 개입은 성공적입니다. (끝)/ jwp@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