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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이크쉑 창업자 “경영의 최우선은 ‘직원’…고객은 그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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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석 한경비즈니스 기자) 미국의 프리미엄 수제 햄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이 한국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쉐이크쉑의 창업자이자 미국 외식 기업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탤리티그룹(이하 USHG) 회장인 대니 마이어는 직원과 고객을 ‘환대(hospitality)’하는 게 핵심 철학이며 사업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2월 27일 한국을 찾은 그를 서울 청담동 쉐이크쉑 2호점에서 만났다.

대니 마이어 회장은 1985년 미국 뉴욕에 첫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후 외식 컨설팅 기업 및 케이터링 서비스 제공 업체 등을 거느린 종합 외식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는 미국 내에서만 총 15개의 레스토랑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아메리카 레스토랑에서부터 프랑스·이탈리아 레스토랑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120여 개의 쉐이크쉑 매장을 운영 중인 햄버거 업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마이어 회장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부매니저로 일하며 외식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을 돌며 요리를 공부했다. 27세 때 귀국 후 미국식 레스토랑 ‘유니언스퀘어카페’를 열었다.

마이어 회장은 “여행과 파티를 즐기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세계 곳곳의 음식을 접했다”며 “음식이 각국 사람과 문화를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외식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이웃과 친척 등을 초대해 즐겁게 식사하던 기억이 사업의 밑거름이 됐다”고도 했다.

유니언스퀘어카페는 따뜻한 서비스와 편안한 인테리어, 개성 있는 음식으로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식당은 1994년 마이어 회장이 오픈한 정통 아메리칸 레스토랑 ‘그라머시태번’과 함께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USHG는 ‘요리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재단 어워드’로부터 총 28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조금 독특하다. 손님과 투자자를 가장 중요시하던 기존 사업 방식과 달리 직원을 최우선한다. 직원→손님→지역사회→재료 공급자→투자자 순이다. 회사가 직원을 먼저 배려하고 직원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직원들 간에 생긴 긍정적인 에너지가 손님과 투자자 등에게도 확대돼 모두 함께 목표를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마이어 회장은 “직원에 대한 배려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에 대한 환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은 단지 맛으로 승부하는 곳을 한 번쯤 다시 찾을 수 있지만 긍정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최상의 음식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레스토랑과는 사랑에 빠지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강남점 세계 매출 1위 비결은 빵”

쉐이크쉑은 음료 ‘쉐이크’와 작은 카트를 뜻하는 ‘쉑’을 합친 이름이다. 쉐이크쉑의 탄생 배경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 매디슨 스퀘어 공원 건너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마이어 회장이 그해 여름 공원 복구 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노숙자로 붐비던 매디슨 스퀘어 공원을 일반인도 자주 찾는 곳으로 바꾸고 싶었다. 뉴욕을 상징하는 ‘아이러브택시(I♥TAXI)’ 조형물을 단 카트를 공원에 설치하고 자신의 레스토랑 셰프들이 만든 핫도그를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마이어 회장은 “고객에 대한 배려가 고급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길거리 핫도그 코너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셰프들은 카트를 찾는 손님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9개의 토핑을 적절히 조절한 핫도그를 제공했다. 피클 대신 양파를 좋아하는 손님에게는 피클 토핑을 빼주는 식이다. 자주 찾는 손님의 입맛을 기억한 셰프들은 별도의 주문 없이도 알아서 개개인에 맞춘 ‘취향 저격 핫도그’를 내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길거리 핫도그의 맛과 서비스에 반한 손님 100여 명이 매일 점심시간에 줄을 섰다.

마이어 회장은 매년 여름 매디슨 스퀘어 핫도그 카트에 몰리는 인파를 보며 ‘파인 캐주얼’ 부문 사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는 1950~1960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유행하던 추억의 햄버거와 프로즌 커스터드 아이스크림에 대한 향수를 재현해 2004년 매디슨 스퀘어에 쉐이크쉑 1호점을 오픈했다.

쉐이크쉑은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와 핫도그·에일맥주·와인 등을 판매한다. 쉐이크쉑의 모태 격인 9가지 토핑의 ‘쉑-카고 도그’도 정식 메뉴 중 하나다.

쉐이크쉑은 셰프가 개발한 합리적 가격대의 메뉴를 따뜻한 배려 속에 빠르고 간편하게 제공하는 파인 캐주얼의 표본을 선보이며 입소문을 탔다. 미국 내 14개 주를 비롯해 도쿄·두바이·이스탄불·런던 등 13개국 주요 도시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햄버거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한국에도 들어왔다.

SPC그룹은 지난해 7월 쉐이크쉑 한국 1호점인 ‘쉐이크쉑 강남점’을 오픈했다. 30여 개 국내 기업이 수년 전부터 브랜드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마이어는 SPC를 선택했다.

마이어 회장은 “6년 전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부부가 뉴욕 쉐이크쉑 본점의 햄버거에 매료돼 앉은 자리에서 3개를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후 미팅에서 두 회사의 경영 철학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해 한국 진출 파트너로 SPC를 택했다”고 말했다.

SPC는 지난해 12월 서울 청담동에 쉐이크쉑 2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오는 4월 서울 동대문 두타 건물 1층에 3호점을 오픈한다.

마이어 회장에게 서울은 특별한 곳이다. 한국 1호점인 강남점이 세계 쉐이크쉑 120개 점포 중 뉴욕 본점을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쉐이크쉑 강남점에는 매일 평균 300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청담 2호점도 글로벌 매출 3위 안에 들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마이어 회장은 “SPC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햄버거 번(빵)을 직접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며 “주연 격인 쉐이크쉑 햄버거 패티와 아카데미 조연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뉴욕의 맛에 가까운 번 간의 절묘한 하모니는 오직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 choies@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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