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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한진해운을 떠나보내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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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남돈 선생은 1990년 조양상선이 국내 최초로 세계일주항로를 개척할 때 개발팀장을 맡아 활약했고, 이후 세양선박 대표 등을 지낸 해운업계 원로입니다.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언제 다시 오려나

부산 항구는 비어 뜸하고, 5등도 못하고 또 세계 6등으로 밀렸다네..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으로 물량을 빼내던 피더선을 줄이고 없애자, 대양 구주 동맹선박이 부산항으로 기항하고, 우리 항구는 단숨에 세계 3등을 차지했지... 그것도 그 10년 이상을 유지하며. 1등 홍콩 2등 싱가포르, 3등 부산항... 정말 가슴이 벅찼지. 식민지 속국으로 항구마저 종속당해 모선이 들어오는 일본 항구에서 환적하며, 우리 화물을 넘겨주던 그 시절이 지나자, 세계 항구의 위상에서 혜성같이 나타난 ‘1급 산업항구 부산항’ 우리는 그 역량을 몰라서 ‘울며 헤진 항구’로 너무 각인시켰다. 항구문화를 선전하다 서러운 레저의 항구로 변질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율도 저렴하게 운영되다 보니, 전부 외세에다 관리권을 넘겨 버리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를 그대로 두면 우리는 요율인상 주권(조정권)이 없어지니 큰일이다. 앉아서 돈을 벌수 있는 사무 공단인데 부두마다 다 팔아 버렸으니 말이다.

이 항구가 그렇게 우리 국민이 일해서 그 많은 화물이 세계 3등이 되도록 쏟아낼 줄 통계가 나올 때까지 몰랐지. 세계 3등.. 그것은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우리 국민노동의 마법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외국 투자가들은 이 항구에서 떼돈을 버는 거다. 다시는 또 만날 수 없는 한국의 항만 기록이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 허브항구의 전열을 갖추었더라면 이미 외형적 기능적 역할을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뒤쳐진 국내 시야로 안주하니 이 명성을 열강의 항만 같은 반석위에 바로 올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미비한 기술력, AGV(무인운반차) 운영과 24열 메가 갠트리크레인, 첨단 장비소유는(자가 개발 및 생산 )물론, 무엇보다 국가 간 항만 간 소통도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독립하지 못했다. 이런 툴이 미비하면 세계 진출 기회를 놓치고, 글로벌 터미널 생존 경쟁에서 뒤처져 실무 장악을 실패하는 것이다. 우리는 해외터미널을 투자 않는데 그들은 부산항을 서로 투자하며 점령해 버렸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이를 뒷전으로 방기했다.

터미널 확보는 수출입 물류흐름의 병목을 장악, 관리하는 것,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선박은 아무데나 기항하지 않는다. 좋은 국가 좋은 항구는 수출과 수입개수가 밸런스 맞게 이동하는 만큼, 같은 개수를 하역하는 동시에 비슷하게 적재 수출하는 항구이다. 그래야 빈 컨테이너가 부두에 남아 관리를 받거나 장소를 차지하지 않는다. 이 빈 컨테이너가 많아지면 활용 장소를 차지해, 작업 방해는 물론, 그 저장하는 비용도 덤으로 발생해 서로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4. 결론

아직도 한진해운의 뒤처리는 남아 있다. 캐나다 외항에서는 선박과 함께 발이 묶인 선원이 있다하니 걱정이다. 그들 가족도 생각하고 자신들의 건강도 잘 지켜야 할 터인데 무책임한 정부는 엎어만 놓고 사후처리는 나 몰라라 뒷전이다. 언론은 그들을 파산선고만 대문짝만하게 그려 패자로 취급하고 만다. 자신 없는 짓 해놓고 나서지도 못하고 진퇴양란이 된 정부 입장도 안쓰럽긴 마찬가지이다. 법정관리 초기에 그 당당하던 그들의 해운강국 계획도 이루어지지 않으니 우리가 보기도 답답하다.

문제는 모자라는 우리의 수출 선복량을 마련하려면 조속히 상선대를 만들 수 있도록 자금을 모아 투자를 하고, 선박을 건조할 첨단 스펙을 정해야 하는데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고 조선소는 텅텅 비었다고 아우성이다. 이웃 일본국적의 NYK 사는 이미 파나맥스 급(14,000TEU급 10척)을 첨단 이중 엔진으로 결정해 급하게 건조하고 있는 중인데 우리는 이렇게 시간을 놓치고 우리는 또 용선시장으로 기웃거릴까 걱정이다.

개성공단 멈출 때도 그렇게 급하게 하는데 무슨 대책도 없이 서두르고 나서, 남겨 놓은 자재는 그대로 산더미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공단에 남겨 놓은 전기밥솥이(6,000개나 되어 북한직원들이 이를 팔러 산동성 청도에 보내서 한국 중개업자와) 중국 소비자들을 저가 흥정으로 유혹한다고 한다. 막바지로 치닫는 북한이나 우리 관료들의 짓이나 유사하게 뭔가 신통치 않네. 나라의 골간을 다 부수고 전략이라고는 없는 이런 팀들이 득실대는 이 나라가 가엽다.

지금 한진해운의 빈자리가 한국경제 곳곳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운송수지 적자는 물론, 부산항의 성장도 멈춰 그 위상도 점점 추락하고 교역량도 줄었다. 얼마나 큰 영향을 언제까지 받을지는 모르겠다. 경제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나라가 순식간에 사상누각이 되는 사실을 실증으로 보여줬다. 아직 실직자는 할 말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거의 흐느낄 태세다.

실업돌파구도 경제 비전도 보이지 않는데 수많은 수출품을 등짐으로 지고 나르던 한진해운 선박들만 멀리 보내 버렸네... 그대는 이 나라 경제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백성들에 무한한 자긍심을 주었는데 같이 못해 섭섭해. 이젠 조용히 편히 쉬게, 다음에는 좋은 나라를 만나게... 잘 가게나! (끝)

오늘의 신문 - 2024.04.1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