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금호아시아나라고 하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항공이 아닌 택시 사업으로 출발했습니다.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은 1946년 포드 디럭스 세단 5인승 택시 두 대를 구입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광주택시’였습니다. 당시 택시 1대의 가격은 8만환이었다고 합니다. 요금은 시내 주행시 1회 승차에 50환, 4㎞를 초과할 때마다 1㎞당 20환이었고요.
그 시절엔 택시 영업방식이 요즘과 많이 달랐습니다. 승객이 회사로 연락을 하면 정한 시간과 장소에 차를 대는 일종의 예약제로만 운영됐다네요.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회갑연이나 결혼식에 광주택시를 대절해서 시내 한 바퀴를 도는 것을 큰 호사로 여겼다”며 “친절한 서비스로 명성을 쌓으며 성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광주택시의 성공을 발판으로 박 창업주는 광주고속 등을 키우며 운송업계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으로 하늘과 육상을 누비며 대기업으로 성장했지요.
현재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에서 볼 수 있는 포드 디럭스 세단이 바로 창업 당시와 같은 모델입니다. 박 창업주의 아들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창업정신을 되새기겠다는 취지에서 2005년 이 차량을 인재개발원에 전시했습니다. 택시는 오랜 수소문 끝에 영화, 광고 제작 지원용으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던 업체로부터 1억원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박 회장은 그해 차량 구입 직후 시승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는 “선친께서 46세라는 늦은 나이에 택시 2대를 구입, 사업을 시작한 지 내년이면 꼭 60년이 된다”며 “선친의 집념과 도전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택시에 오르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요즘도 금호아시아나에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이 택시에 대한 설명을 가장 먼저 듣는다고 합니다. 창업의 모태가 된 택시를 보며 박 창업주의 도전정신을 배우도록 하는 게 회사의 지침이라네요. 전시된 택시 앞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셀카존’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래봬도 금호아시아나 내에선 ‘특별한 명소’로 꼽힌답니다.(끝)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