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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로 '회귀'…들썩이는 셰일오일·탄광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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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80도 달라지는 미국 에너지 정책…한경·KOTRA 공동기획

트럼프, 에너지 독립 선언
석유생산 확대·규제완화 예고에 위축됐던 에너지업계 '급반전'

셰일오일 생산지 노스다코타, 문 닫았던 업체 조업재개 나서
"경기 확 풀릴 것" 기대감 고조

미국 중부지역 최북단에 있는 노스다코타주는 한반도의 80% 크기지만 인구는 73만명에 불과하다. 주민도 대부분 독일계다. 오지까지 오는 사람이 없어 2차대전 이후 독일계 이민자를 대거 받아 정착시켰다. 주도(州都) 이름도 비스마르크다.

노스다코타의 제1산업은 셰일오일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셰일오일 생산지인 바켄이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말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2만명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지난해 5월 에너지산업 육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 에너지플랜’을 발표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규제 완화로 50만개 일자리 만들겠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에너지 공약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청정에너지 대신 화석에너지산업을 육성하고, 탄소 규제 대신 규제 완화를, 송유관(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 반대 대신 허용을, 기후변화협약 지원이 아니라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런 방향 전환을 통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미국 내 미개발 화석에너지 가치가 50조달러(약 6경원)에 달해 개발규제 완화로 연간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완전한 에너지 독립국가로 만들고 에너지를 수출해 무역적자도 해소한다는 게 트럼프의 구상이다.

마이크 세미너리 비스마르크 시장은 “문을 닫은 셰일오일 개발업체가 하나둘 작업을 재개하고 있다”며 “곧 경기가 확 풀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잊혀진’ 석탄 개발업체도 환호

웨스트버지니아주 허핑턴공항에서 차를 타고 애팔래치아산맥으로 3시간여를 달리면 윌리엄슨에 도착한다. 잊혀진 탄광도시다. 윌리엄슨은 한때 ‘억만달러짜리 탄광지역의 심장도시’로 각광받았으나 석탄산업 몰락과 오바마 정부의 탄소규제 강화 정책에 ‘50센트 도시’로 전락했다.

4300명에 달하던 윌리엄슨의 인구는 3100명으로 줄었다. 일자리가 줄고 시(市) 재정이 나빠지면서 교육과 도로 등 각종 인프라가 부실해졌다. 가족 해체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석탄산업 부활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승리했다. 등록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았지만 결과는 트럼프 승리였다. 빌 래니 웨스트버지니아 석탄협회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을 다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환경보호론자들과 일전 불가피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을 한 달여 남겨두고 일부 미국 연근해와 북극해를 자원개발 임대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1953년의 관련 법조항을 찾아내 트럼프 당선자가 번복할 수 없도록 ‘규제 대못’을 박았다.

셰일오일 및 가스 개발 업계는 환경오염 유발 비난에 직면해 있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지진이 일어나고, 부산물로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는 환경론자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정영화 KOTRA 댈러스 무역관장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하나하나가 모두 메가톤급 반발을 불러일으킬 사항”이라며 “정부 출범 후 규제 완화라는 기본 방향을 유지한 채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스마르크·윌리엄슨=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