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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10명중 7명 '정부 공청회는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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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국내 대학과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자 10명 중 6명은 정부의 과학기술 주무 부처와 연구관리기관의 의사 소통과 정책 수렴 방식이 그다지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7명은 정부가 의견 수렴을 위해 수시로 열고 있는 공청회나 포럼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정부와 과학기술계 간 불신의 수준이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텍이 운영하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브릭)는 지난 9~11일 과학계 합리적 의사 결정과 절차에 대한 민주화 수준을 진단하는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과학 현장에서 의견 조정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절차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는 대학과 기업연구소,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교수와 연구원, 대학원생 등 모두 507명이 참여했다.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부처와 한국연구재단 같은 연구관리기관이 의사 소통과 정책 결정, 결과의 투명성, 절차의 독립성 등에서 민주화 수준이 대체로 낮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들 기관의 민주화 수준을 묻는 질문에 ‘어느 정도 낮다’와 ‘매우 낮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164명으로 이를 합하면 전체 64%를 차지했다. 조사에 응한 대학 종사자의 64%, 국가기관·출연연구기관 종사자들의 65%가 민주화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차가 젊은 연구원과 대학원생일수록 과학정책 기관의 민주성이 떨어진다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실과 학술 단체의 민주화 수준을 높게 평가한 반면 자신이 속한 대학과 연구소 등 소속 기관에 대해선 낮게 평가했다. 실제 소속 기관의 민주화 수준을 매우 높다고 답한 응답은 3%, 어느 정도 높다고 답한 응답은 17%인데 반해 자신이 속한 연구실 민주화 수준이 높다고 답한 응답은 2배에 가까운 39%로 나타났다.

현장 과학기술자들은 정부가 개최하는 공청회와 포럼, 토론회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행사를 통해 현장 의견이 적절하게 수렴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미흡하다고 답한 응답은 56%, 전혀 수렴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은 18%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정부의 의견 수렴 방식에 불신을 가진 셈이다. 이는 당장 오는 13일부터 포항과 광주, 대전, 서울에서 잇따라 열리는 ‘과학기술계 합리적 질서 논한다’ 전국순회 토론회에 대한 관심 정도에서도 드러난다. 이 행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58%는 관심은 있지만 직접 참여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응답자가 10%에 머무는 것과 비교된다.

연구자들은 과학기술계의 합리적 의사 수렴을 위해 수직적이고 서열화된 하향식 명령 구조보다는 수평적인 소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과학기술계 민주주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연구실내 책임자(교수)와 연구원(대학원생)의 도제식 연구 환경에 대한 외부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학연·지연 등 수직적 관계 해체, 정부가 원하는 결과와 목표를 강요하는 연구환경 해소 등이 제안됐다.(끝) / kunt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