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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싱크탱크에 낙하산 인사가 몰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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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5번의 시도 끝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끌시끌합니다. 정부 관료 출신이 우리은행 자회사의 주요 보직을 맡게 되면서죠.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최광해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부소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행정고시 출신인 그는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장기전략국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제금융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전문가이며, 내부 절차를 통해 임명됐다”고 설명했지만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잠재우기엔 부족한 듯 합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자회사 성격의 금융경영연구소가 관피아뿐 아니라 금피아(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마피아) 등에 근본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합니다. 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금융경영연구소는 공직자들이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별다른 절차 없이 취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 등이 퇴직 후 3년 이내 소속 부처 관련 민간 기업이나 민간 기업이 소속한 협회 등으로 이직할 때 취업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나 은행 등으로는 바로 이직하는 게 어렵단 의미입니다.

하지만 금융지주나 은행의 자회사로 설립된 금융경영연구소에는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금융경영연구소에 인사 청탁이 몰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현재 금융그룹이나 은행 산하 금융경영연구소 중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밖에 없습니다.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BNK금융경영연구소 등 다른 금융경영연구소는 한때 우리금융경영연구소처럼 별도 법인으로 운영됐지만 이제는 모두 금융지주나 은행의 한 부서 혹은 본부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낙하산 인사 청탁 등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었느냐는 시각도 있답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부터 KEB하나은행으로 흡수될 예정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세지 않고 연봉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좋은 금융경영연구소의 주요 보직에는 재취업이 쉽지 않은 관피아나 금피아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귀띔하더라고요.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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