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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의 해양강국' 꿈은 가고 왕따 신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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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해운업계 원로 정남돈 선생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본지 기자에 보내온 글입니다. 정남돈 선생은 1990년 조양상선이 국내 최초로 세계일주항로를 개척할 때 개발팀장을 맡아 활약했고, 이후 세양선박 대표 등을 지냈습니다. 모바일한경은 앞으로 정 선생이 보내온 해운업 관련 기고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한국기업의 중국 투자는 완전 실패했다. 배타적인 중국에 투자라고 하는 것은 거저 공장을 지어주는 것과 같았다. 그것도 모르고 인건비 타령하며 영악성만 가진 기업이 그곳에 갔다가 기술과 제조공정만 노출하고 다 보따리를 쌌다.

우리는 그들에게 전략도 없이 아는 체, 오만하게 우쭐대다 실패해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우리와 같은 품질을 복사해 생필품들을 만들며 전 세계적으로 판로를 넓혀가며 일대일로 수출 길을 만들면서 성공했다. 우리는 중국이란 제조업 파트너를 잘못 잡아 호랑이로 키워 부메랑이 되고 있다. 그들 기질도 모르고 기업도, 평판도 알지 못하면서 덥석 잡는 데는 한국인의 허술함이 더 컸다.

지금 한국은 베트남을 거쳐 이란으로 갈 것이다. 그 다음은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로 갈 것이다. 그렇게 제조업 공정을 세일즈만 해도 우리는 무역을 증가시키며 그럭저럭 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다른 러시아는 조심스럽다. 유럽 아무도 그 나라에 투자하지 않는다.(정책적인 자동차를 제외하고) 한국과 합작하자고 부산항만공사와 계약을 하고서도 입금한 자본금을 빼서 자기 돈처럼 써 버리는 그 나라의 상·관습을 어떻게 누가 잘 조율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단독 투자로 할 만한 제조업은 자동차 산업인데 현대가 이미 투자했다. 조선은 경쟁력이 없고, 항공기 합작 사업이면 몰라도. 그들이 기술 비밀을 노출할지...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을 생각하면 기가 찬다. 바다를 중국에 팔아먹는 것은 공산당의 수치이다. 아마 정권 막바지로 보는 견해는 이런 사태를 보고 추정하리라 본다. 당분간 그대로 가다 언젠가 내부적 분란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만 미리 추정은 자제해야 한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2배의 선박 톤수가 필요하다.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한다. 외국배 용선을 자제하고, 자본을 투자하며 우리 국적신조선을 준비해 메가 컨테이너는 물론 수에즈맥스 벌크선을 건조해 해외 곡물을 값싸게 수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항만의 모든 물류 기기들이 2배 이상 커져야 한다. 지금 그래서 메가 컨선의 척수 및 톤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머스크처럼 세계일주 항로로 서구와 정면 승부해야 우리의 조선해양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이제 선진국과 경제수준이 비슷하므로 그들과 정면으로 대항할 일이 점점 많아 질 것이다.

절망 말고 통일을 생각해 보라. 조선소 해운사 다 부족해 더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 멀리 희망을 보자. 조선소에서 만든 배를 해운사가 실전에서 영역을 키워야 시너지가 생긴다. 메가 선대를 가지려면 굳이 큰 선박(20,000TEU급=척당 가격 1억5천만 불)만 전부 구비할 필요 없다. 항공회사가 커도 바로 A380 슈퍼 점보를 구비하지 않는다. 시장은 어느 항로든 그렇게 꾸준하지 못하니 파나마운하 통과 사이즈인 13,500TEU 급과 섞어 메가선(2만TEU급)과 선대를 꾸미면 된다. 그리고 우리 독자선대(한국 국적선끼리 모아)를 꾸려, 우리 영업 필요에 따라 자유로운 운항과 척수조정을 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상선대가 있어야 한다. 머스크도 초기부터 컨소시엄을 했다면 오늘의 그들은 없을 것이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도 컨소시엄에 얶매여 같이 운항하다 우리와 맞지 않는 불필요한 곳에 기항해 더 많은 비용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곳은 우리의 영업영역이 아닌데 선복이 불충분하니 가입한 것이다. 이게 컨소시엄의 약점이다.

따라서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 검토하고, 확장해야 단박에 팽창할 수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통일되면 세계 5위 경제는 될 것으로 본다. 움츠리지 말고 펴서 이웃 나라 해운과 그 산업을 지금부터 견제해야 우리는 영역을 확보해 성공한다. 우리 은행들이 해운사 고객에 대한 철학이 변하지 않아 답이 없었다. 주로 홍콩-대만-일본으로 가는 항로를 부산으로 국적 컨테이너 선사들이 참 어렵게 끌어 왔다. 지금 한진해운이 몰락하니, 견제가 풀려 세계 운임시장이 당장 폭발해 우리만 수출입에 손해를 볼 공산이다. 주항로 이동도 우려되는 것이다.

세계 네트워크를 키우기 위해 오히려 한진해운팀하고 더 크게, 거대 세계를 장악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합쳐 우호적인 한국 주도 컨소시엄을 만들어 한국과 남방을 합쳐 국제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과 기술 교류를 통해 주고 받으며, 조선건조 및 선박수출을 장려해 우리 해양시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려되는 것은, 한진해운의 알짜 계열사를 처분해 버렸으니 한진해운이 기댈 데라고는 없으므로 저가운임 속에 자체적으로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란 점이다. 국가의 보조가 그래서 필요하다.

서구 회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하파그로이드(독일 국적선), CMA/CGM(프랑스-레바논 합작)은 그들 정부 지원금으로(국가에서 5천억~2조) 보조를 받고 경쟁사를 인수하여,남미· 아프리카 항로를 독점 장악해 다시 일어섰다. 우리 정부는 왜 이런 눈이 안 생기나. 오만하게 굴면 호되게 당할 것이다. 3000억과 17조를 비교해 보면 파악이 된다.

지금 시장은 한진해운이 파산된다고 하며 운임이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문제는 그 영역을 2M이 차지하려고 1개 선대(6~8척)를 이동, 선적 중에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고생해 개척한 우리 영역을 영원히 잃어버린다. 그들이 한국 회사가 흔들리는 것을 노렸다. 일본 선사도 물론 흔들린다. 그러나 먼저 죽는 놈이 먼저 사라지는 것이다. 1등 그룹, 중국· 유럽 선사가 이익을 볼 것이다. 그들은 그 틈새를 노리다 갑자기 횡재를 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우둔한 결정을 추호도 예상 못했다. 치열한 전투 중 스스로 자살했다고 말할 것이다. 수단이 낮은 급은 높은 자들을 당할 수가 없지...그들은 미소를 지며 최고속으로 달린다.

한진해운의 영향력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큰지를 우리 국내 은행가나 공무원은 모른다. 닭 잡는 칼로 큰 소를 죽여 놓았다. 미래도 현재도 없는 판단으로 저질렀다. 큰 오판이다. 이는 이미 우리 정부의 결정이 실패했다는 증거이다. 정부가 결정적인 경제몰락을 유인한 것이다. 요동치는 주식시장을 보라!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이해할 것이다. 그들 경쟁사 주식이 세계적으로 크게 오른다. 우리는 이 살벌한 경제 벌판에 상어의 밥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 골목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국책 은행이 한진해운을 찔러 먹이처럼 그들에게 덥석 던져 준 것이다. 지금부터는 그냥 두어도 한진해운은 서서히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둘 것이다. 이 영향이 나라를 경제적으로 골병들게 만들 것이다. 40년간 죽을 쑤어, 개밥 주듯 던져 주었다. 그리고 나 몰라라 한다. 책임자도 컨트롤 타워도 없다. 이런 망측한 나라가 있나. 선원들은 공해에 표류하며 마실 물도 없단다. 상식 이하의 짓이다.

우리는 다 발목이 묶여 그들이 누리고 있는 만찬을 빼앗아 올 장비도 없어, 처절하게 당할 것 같다. 그래도 국가는 그 툴을 만들 계획도 자금도 제공치 않을 것이다. 먹통처럼 모르니까. 문제는 옳게 판단하는 브레인이 없어 통탄스럽다. 우리 발목만 스스로 잡혀 죽을 지경이다. 애달프고, 외롭다.

그 회사 전문가들, 실무자들이 지금 초조해 할 것이다. 다 키워서 버리다니. 그 철선은 우리가 망한다고 미리 원망할 거다. 두고 봐라, 그들 자신이 실업자가 돼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충무공이 왜란 중심에 계실 때 이러한 심정이었을까? 꼼짝달싹도 못하는 신세, 섬나라 한민족 바다가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