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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소용돌이 속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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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박각시나방은 날개 길이가 42~50㎜인 비교적 몸집이 큰 나방이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되는 이 나방은 해가 질 무렵 나와 꽃을 옮겨다니며 꿀을 먹고 산다. 1초에 60번 이상 날개를 퍼덕여 공중에서 머무는 벌새와 유사한 날갯짓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과학자들이 이 나방이 단순히 날갯짓의 힘이 아닌 날개가 만들어 내는 작은 소용돌이 덕분에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교수 연구진은 나방이 날개가 만들어내는 작은 소용돌이를 이용해 날아다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0일 발표했다. 소용돌이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비행성능이 더 올라가고 더 안정적으로 난다는 결과다. 고정된 날개를 가진 항공기가 떠오르려면 날개 주위 소용돌이를 피해야 하지만 곤충은 오히려 그 반대로 복잡한 소용돌이를 현명하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곤충 날갯짓이 지속적으로 소용돌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유를 찾아왔다. 하지만 곤충의 크기가 작고 날갯짓이 빨라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제자리 비행에 능숙한 박각시나방을 모방해 5배 몸집이 크고 날갯짓을 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그리고 물이 가득 담긴 수조에 넣어 날갯짓하게 했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커서 속도는 250분의 1 느리지만 10배 큰 힘을 만들어낸다. 그만큼 공기 중에 있는 물체보다 주변의 기체 흐름과 운동 특성을 더 잘 관찰할 수 있다.

연구진은 로봇 곤충 날개의 전진속도에 따라 물에 가해지는 힘의 변화와 날개 주위에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곤충이 날개를 파닥일 때 날개 위에 소용돌이가 안정적으로 일어나면 최대 비행 속도를 내고 양력(뜨는 힘)도 2배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이 추산한 결과를 살펴보면 곤충이 선호하는 비행속도는 날갯짓 속도의 4분의 1로 나타났다. 또 곤충 날개 면적이 넓으면 날개 끝에서, 날개 면적이 좁으면 가슴 쪽 날개 뿌리 부분에서 복잡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상당수 곤충은 진화 과정을 거치며 가로세로 비율이 3대 1인 형태를 갖게 됐다. 연구진은 이런 날개에서 가장 안정된 소용돌이와 공기 힘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생물의 진화가 효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가 동물의 날갯짓을 모방한 신개념 비행체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비행체는 날개가 고정됐거나 프로펠러를 활용해 하늘을 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날갯짓을 하는 생체모방형 비행체는 훨씬 천천히 날 수 있고 소음이 나지 않아 활용범위가 넓다. 곤충 비행에 관련된 연구는 이미 미국이나 항공선진국에서 많은 연구 결과가 소개되고 있다.

장조원 교수는 “이 연구는 곤충 비행에서 최적의 날개 형상과 최적의 비행속도 영역이 있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생체 모방형 차세대 드론은 물론 프로펠러, 터빈 등 다양한 공학적 개발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유체역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유체역학 저널 3일자에 소개됐다.(끝) /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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