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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보고서’가 된 씨티증권 분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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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증권부 기자) 예언이 들어 맞아 종교의 성지처럼 네티즌들 사이에서 꼭 순례해야 할 게시물을 의미하는 인터넷 용어가 ‘성지글’입니다. 최근 신약 계약이 해지 후 연일 하락세인 한미약품 관련, 지난해 11월 발표한 씨티증권의 분석이 ‘성지 보고서’로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30만원대였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11월 70만원대로 뛰었습니다. 당뇨 신약기술을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에 4조8344억원에 수출했고 계약금으로 4억유로(4958억원)을 받았습니다.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대형 계약에 증권가는 흥분했습니다. 한미약품은 이후에도 당뇨와 비만 치료 겸용 바이오신약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미국 제약사 얀센과 체결했고 폐암신약은 중국 기업과 라이언스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잇따른 대규모 신약 라이언스 계약 체결 소식에 체결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지속적으로 높였습니다. 일부 증권사는 100만원이 넘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씨티증권은 한미약품 주가가 가능성은 충분히 반영했고 불확실성에 주목할 때라면서 ‘과열’이라고 경계했습니다.

신약(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하며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매도(Sell)’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김상수 씨티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가총액과 시장전망치는 앞으로 한미약품의 아웃라이센싱 신약의 매출과 성공 확률에 대해 공격적으로 가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노피에 수출 건에 대해서도 “임상초기인데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Novo)의 강력한 경쟁력을 고려하면 시장 전망치 4조6000억원은 지나치다”며 “2조원이 적정하다”고 했습니다. 시티증권이 제시한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는 39만4000원. 당시 주가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사노피에 대한 가치 평가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5조원대로 추정한 증권사들이 많았고 최대 7조원대, 눈높이를 낮춘 곳도 3조7000억원대로 봤습니다. 이번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계약 해지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신약에 대한 가치평가를 다시 하고 나섰습니다. 4일 하루만 7개 증권사들이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지난 30일 18.06% 하락한 한미약품 주가는 4일도 7.28% 더 떨어졌습니다. 62만원이던 주가가 2거래일 만에 47만원으로 추락했습니다. 아직 씨티증권이 ‘예언’한 수준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향후 주가 전망도 불투명합니다. 물론 여기엔 장 시작 후 대형 악재를 알린 ‘늑장 공시’ 논란이 더해진 탓도 있습니다.

대장주 한미약품이 무너지면서 신약 개발 기대로 올랐던 제약주들도 동반 급락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위험성이 주목받으면서 제약업종 내에서 실적 개선주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의약품 후보물질의 임상 1상부터 품목 승인까지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약 개발은 성공하기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막연한 기대를 하기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투자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끝) /

오늘의 신문 - 2024.03.2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