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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박준오 음향감독에게 듣는 음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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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문화스포츠부 기자) “햇빛 드는 소리 넣어.”

음향감독 박도경(배우 에릭)의 스튜디오에선 영화에 소리를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창가에 서 있는 한 여인의 뒷모습이 비춰지자, 동생 박훈(배우 허정민)은 이 장면을 그냥 넘기려 한다. 도경은 햇빛 드는 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동생은 햇빛에 무슨 소리가 있냐고 반발한다. 하지만 도경은 햇빛 아래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 차와 사람들이 활기차게 오가는 소리를 입힌다. 그러자 그저 스쳐 지나갈 뻔했던 장면이 소리 하나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20~30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tvN 드라마 ‘또 오해영’ 의 한 장면이다. 평범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룬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 박도경을 통해 ‘소리’를 재조명한 작품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오해영의 음향감독이자 실제 박도경 캐릭터의 모델 중 한 명인 박준오 모비사운드 대표(사진)는 “스쳐가는 하나의 장면에도 다양하고 새로운 소리를 넣기 위해 많은 고민과 복잡한 작업을 거친다”며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 과정을 고스란히 전하고 소리의 매력을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극중 박도경이 ‘무비사운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박 대표도 2003년부터 직원 4명과 함께 ‘모비사운드’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대학시절 밴드에서 보컬을 하다가 음향장비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 녹음실에 입사한 뒤 음향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가 맡았던 작품은 수없이 많다. 드라마는 ‘육룡이 나르샤’‘아이리스’ 등을, 영화는 ‘올드보이’‘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작업했다.

또 오해영엔 사람들이 잘 몰랐던 음향의 세계가 담겨있다. 박도경은 영화 속 장면을 보며 맞으면 뼈가 어떻게 부러지는지를 연구한다. 그에 맞게 맞는 효과를 내기 위해 방망이 소리에 채소를 손으로 부러뜨리는 소리까지 더한다. 박 대표도 실제로 하나의 장면에 다양한 소리를 더한다. 그는 “영화 올드보이에 낙지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굴에 끈끈하게 달라붙는 효과를 내기 위해 수술용 장갑에 케찹을 묻혀 소리를 더했다”고 소개했다. 단순한 물건의 소리에도 감정을 담는다. 박 대표는 “영화 ‘형사’에서 칼소리에 슬픔의 감정을 담기 위해 파이프 안에 담긴 물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워터폰이란 악기로 칼소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겐 박도경이 출근을 하며 집에 녹음기를 틀어놓고 나가는 것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집을 비운 사이 창밖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를 녹음해 두는 것이다. 또 작업을 하지 않을 때도 평소 밖으로 나가 다양한 소리를 따놓는 장면도 나온다. 박 대표도 이같이 틈틈이 최대한 많은 소리를 녹음한다. 그는 “휴대용 고성능녹음기를 녹음하고 싶은 장소에 숨겨놓고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게 30분정도 녹음한다.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하나의 장소에도 매우 다양하고 풍부한 소리가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 hkkim@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5(목)